(편집자주: VIP가 뜨고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최근 글로벌 경제의 축이 선진국에서 브릭스로, 다시 VIP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을 의미하는 VIP는 이름처럼 매력적인 성장을 이룩할 것이라고 닛케이는 내다봤다. 중국을 비롯해 브릭스 주요국이 인플레 압박과 고성장 이후 성장통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VIP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3회에 걸쳐 VIP를 분석한다)
<글 싣는 순서>
① 베트남
② 인도네시아
③ 필리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최대 소비시장인 인도네시아가 뜨고 있다.
인구 2억3000만명, 1인당 국내총생산(GDP) 3000달러. 인도네시아의 내수 성장 가능성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포스트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로 주목받는 ‘VIP(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 경제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시내에는 대형 쇼핑몰이 끊임없이 들어서고 있다.
쇼핑몰에는 해외 명품 브랜드들이 줄지어 입점을 기다리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연소득 5000~3만5000달러에 달하는 중산층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들이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가 최근 분석했다.
해외 기업들은 이처럼 급격히 확대하는 중산층을 겨냥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도네시아를 공략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삶의 질을 높이고 싶어하는 인도네시아 중산층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고 집중 공략하고 있다.
악기 전문업체인 야마하는 인도네시아에 음악대학이 없다는 점에 주목, 음악 교실을 열어 향후 악기 시장 확대의 포석을 깔고 있다.
쓰루미 아키히코 야마하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 사장은 “수요를 창출하는 파종이야말로 중요한 일”이라며 “인도네시아의 소비 특수를 공략하려면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개원 40주년을 맞은 야마하의 인도네시아 음악학원에는 현재 3만9000명의 원생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일본을 제외한 해외시장에서 최대 규모다.
야마하는 2007년부터 노후화한 시설을 3년에 걸쳐 개보수하고 수업료를 인상했다.
야마하는 수업료 인상에 따른 위험부담에도 계획을 강행했다.
시설 개보수 후 인당 수업료는 평균 1600엔에서 4000엔으로 2배 이상 올랐음에도 원생 수는 50% 늘어났다.
야마하는 이를 인도네시아의 중산층이 그만큼 급증했다는 것으로 파악하고, 삶의 질을 높이고 싶어하는 원생들을 위해 교육 시설과 인건비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쓰루미 사장은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고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이는 그만큼 인도네시아의 생활 수준이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기업체 파나소닉은 한국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기세에 눌려 10년 넘게 인도네시아에서 고전하다 돌파구를 찾은 사례다.
뒤늦게 중산층 확대에 눈을 뜬 파나소닉은 현지인을 법인장으로 내세우고 고급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파나소닉 인도네시아 법인은 연소득 1만5000달러 이상의 부유층, 5000달러 이상의 중산층, 2500달러 이상의 저소득층으로 세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 저소득층일수록 냉장고에 넣는 식품이 적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들은 매일 장을 보기 때문에 냉장고를 굳이 필요로 하지 않았던 것. 시원한 음료를 보관할 공간이면 충분했다.
중산층에서는 여성들이 화장품을 냉장고에 보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냉장고 문에 화장품 케이스를 별도로 만들어 아래쪽 수납 공간을 없앤 독특한 냉장고다.
또 냉동고를 없애는 대신 냉장 공간을 넓혀 대형 플라스틱 물병이 들어갈 공간을 마련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이 냉장고가 출시된 이후 2년간 ‘원도어’ 타입의 냉장고 판매는 기존의 2배 수준으로 뛰었다. 이 제품은 인도네시아의 우수 제품인 ‘V 상품’에도 선정됐다.
파나소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인은 창의력이 높고, 발상이 유연하다”며 “일본인이 주도했다면 V 상품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