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유배, 권력의 뒤안길

입력 2011-12-19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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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 지음/ 청아출판사 펴냄/ 1만3000원)

왕권 다툼에서 밀려난 왕족들, 붕당 다툼으로 인해 유배와 해배를 거듭한 관료들, 선대의 죄로 인해 길고 긴 유배살이를 하게 된 왕족과 양반들…그들은 왜 유배되었으며, 유배지에서 과연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 책은 삼국 시대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유배의 역사를 통해 당대의 정치상과 생활상을 알아본다. 유배는 단순한 형벌 제도가 아니라 정치와 권력 간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었다. 유배는 정치적 도구로 매우 유용하게 이용되었는데, 유배를 가기까지의 과정에서부터 유배형의 수준, 풀려나는 시기, 이후의 생활까지 모두 그때의 정치 논리에 따라 결정되었다. 이 책은 유배라는 소재를 통해 당대의 권력 구도와 정치 쟁점들을 알아봄으로써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이에 더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유배 생활의 면면과 유배인 각자가 지닌 개인적이고 드라마틱한 삶의 모습들은 독자들의 흥미를 배가시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바다로 흘러들어간 강물이 다시 돌아오지 못하듯이 한 번 가면 되돌아오지 못한다”라는 의미의 유형(유배). 유배는 중한 죄를 범한 경우 사형보다 한 등급 낮추어 내리는 형벌로, 원칙적으로는 죽을 때까지 귀양지에서 살게 하는 천혜의 형벌이었다. 원래 고급 관리용으로 고안된 것으로 보이는데, 주로 정치적 이유로 밀려난 왕, 왕족, 관료들이 유배를 가곤 했다. 따라서 법을 만드는 관리들이 자신이나 후손이 형벌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해 둔 것으로 보인다. 상대파의 인사들을 한 옥에 가두어 두고 훗날을 도모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뿐더러 자신이 벌을 받아도 풀려난 후 관직에 복귀할 길을 터놓는 묘수였던 것이다.

삼국 시대부터 조선 시대 초기까지는 주로 왕위 계승에서 밀려난 왕 혹은 정치적 이유로 폐위된 왕들이 유배형에 처해지곤 했다. 특히 고려 말 원 간섭기와 무신정변 등으로 왕권이 추락한 시기 왕들이 교체되면서 왕과 왕족들의 유배가 빈번해졌으며, 조선 중기까지 쿠데타 등으로 인해 세 왕이 유배형에 처해진 바 있다.

조선 중기 이후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붕당으로 인해 수많은 선비들이 유배를 가곤 했다. 유배에서 풀려나는 것 역시 그때그때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으며, 풀려났다 다시 유배를 가게 되는 일도, 관직 불복귀 조건으로 풀려나는 일도 있었다. 즉, 법의 정당성보다는 권력 다툼으로 희생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러나 조선의 선비들은 이런 불이익을 감수하고 불합리한 정책이나 부당한 조정 대사에 대해 목숨을 내걸고 상소하고 간언했다. 그것이 지식인으로서 진정한 선비의 도리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유배를 갔어도 좌절하지 않고 정약용, 박제가, 김정희 등처럼 유배지에서도 학문과 문학의 꽃을 피운 인물들도 있었다.

독자들은 유배의 과정과 유배생활, 해배 이후의 삶까지 드라마틱한 유배인들의 일생과 각각 개성에 따라 유배살이를 하는 면면을 흥미롭게 읽어나가다 보면 유배에 대해 알고 있던 것과 오해하고 있던 것을 제대로 되짚어 보는 것은 물론 당대의 정치적 쟁점과 시대 상황을 통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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