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TV 제조사들이 망 중립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통신사업자들과 손을 잡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스마트TV 콘텐츠 이용으로 인한 네트워크 과부화로 ‘망 중립성’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해외에서도 문제가 될 경우를 대비해 물밑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9일 노르딕, 발틱 지역의 통신사업자 엘리온(Elion)과 삼성 스마트TV에서 엘리온 IPTV 서비스 기능을 내장해 리모컨만으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게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IPTV 서비스 이용자들은 그동안 별도의 셋톱박스를 구비해야 콘텐츠 이용이 가능했지만 이번 협력으로 엘리온 IPTV 서비스를 이용하는 삼성 스마트TV 고객들은 셋톱박스와 애플리케이션 없이 리모콘만으로 간편하게 IPTV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협력이 스마트 TV 저변 확대와 2012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CE담당 윤부근 사장은 “스마트TV를 통해 사용자가 더욱 더 쉽고 편리하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방송통신사업자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단순히 스마트 TV 생태계 조성과 콘텐츠 확보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망중립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속내도 있다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월부터 이동통신사 KT와 스마트TV의 네트워크 사용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삼성전자가 해외에서 네트워크 사용에 대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해외 통신업자들과 협력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해외 통신업자에게 제시한 방안은 자사의 스마트TV에 IPTV 기능을 탑재해 셋톱박스 없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통신사가 셋톱박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신 그 비용을 네트워크 사용료로 대체하려는 의도다. IPTV 서비스 이용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유럽에서 통신사가 셋톱박스 비용만 줄여도 절감할 수 있는 비용은 상당해 통신사업자들도 이를 마다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방법은 현재 삼성전자가 KT측에 제안한 내용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도 “유럽 통신사업자와 MOU를 맺으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네트워크 사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LG전자 또한 네트워크 사용과 관련해 해외 통신사업자들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진행 단계라 어느 나라의 통신사와 어떻게 협력한다고 말할 수 없지만 삼성전자와는 또 다른 방법으로 네트워크 사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