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발전 시대 활짝
#어느 무더운 오후, 갑자기 에어컨과 컴퓨터 등 모든 전자제품의 작동이 중단되고 사무실을 환하게 밝히는 불빛마저 어두워지면서 대한민국이 일순간 마비된다. 지난해 9월 15일 사상 초유의 순환 단전으로 전국을 일순간에 혼란에 빠뜨렸던 이른바 ‘9.15 정전대란’ 당시의 일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전력산업은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그리고 발전 5사가 책임지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 전력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1990년대 이후 전력공급 차질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우려에 한전 이외의 발전설비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한전 중심의 발전시장 구조를 다원화하자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대안책으로 등장한 것이 민간기업의 발전산업 진출, 바로 ‘민자발전’이다.
1996년 7월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석탄화력 민자발전사업자로, LG에너지 및 현대에너지가 LNG 민자발전사업자로 민자발전에 뛰어들게 된다. 1998년 1월에는 제2차 민자발전사업자로 대구전력이 민자사업에 도전함에 따라 4개 사업자가 민자발전을 이끌었다.
이렇게 추진된 민간발전사는 2000년 당시 국내 발전용량의 약 8%를 담당했지만 2010년 기준으로 현재 약 10%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이는 민간발전사들의 적극적인 증설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이렇듯 민간발전사는 전력산업의 구원투수로 등장하며 당당히 전력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다.
◇전력 수요 연평균 5% 상승 = 하지만 평년기온이 매년 상승하고 많은 산업이 전기에 의존하는 형태로 사회가 변화하면서 전기 사용량은 증가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중 최대 전력수요는 지난 2005년 5만4631MW에서 2009년 6만6797MW로 연평균 5%씩 늘어났다. 이후에도 5%씩 늘어난다고 가정할 때 2015년 우리나라의 연중 최대 전력수요는 8만9514MW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여름과 같은 정전대란을 막기 위해 전력예비율을 20% 이상으로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총 11만1903MW의 발전용량이 필요한 셈이다.
이처럼 전력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지난 2010년 지경부는 2024년까지 향후 15년간의 전력수요 전망과 이에 따른 발전소 및 송배전설비 건설계획 등을 담은 ‘제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공고했다. 지경부는 총 45조원이 투입되는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끝나는 2024년에는 총 1만1259㎾의 발전설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위해 지경부는 원자력 발전소 14기, 석탄 15기, LNG 19기 등을 건설해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도모할 계획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산업개발의 동두천 복합을 비롯해 △포천복합(대림산업) △문산복합(SK건설) △춘천복합(포스코건설) △동부그린 당진석탄화력(동부발전) △동해 석탄화력(STX전력) △오성·장흥복합(SK E&S) △부곡복합(GS EPS) △안산복합(포스코) 등이다.
동두천 드림파워는 오는 2014년 말까지 동두천시에 1880MW 규모 LNG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에 운영키로 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총 사업비만 1조3440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지분 31.15%)과 현대산업개발(14.24%)이 건설출자자로, 위탁운영사인 서부발전(43.61%)이 운영출자자로 각각 참여하고 있다. 최근 금융자문, 주선사로 국민은행과 삼성생명이 총 1조원 규모의 대주단 모집에 나선 상태다.
동부발전과 STX전력은 각각 충남 당진과 강원 동해시에서 석탄화력 발전소 건립을 추진 중이다. 양사 모두 2조원 이상을 투입해 500MW급 플랜트 2기를 지을 계획이다.
국내 대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업은 강원도 삼척 화력발전소다. 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청사진을 내놓은 대기업만 4곳에 달한다.
이미 포스코와 STX가 7조~8조원의 투자계획을 내놨고 동부그룹과 동양그룹도 각각 14조원, 11조원을 투자한다며 수주전에 돌입한 상태다. 정부는 올해 연말쯤 어느 기업에 발전소 산업단지 조성 허가를 내줄지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