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S3’안에 있는 부품은 제품마다 모두 같을까? 그렇지 않다. 삼성전자 DS부문에서 생산한 메모리가 들어있는 제품도 있고, 다른 업체의 메모리를 탑재한 제품도 있다.
납품 공급 차질 등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한 곳이 아닌 여러 업체에서 부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제품들이 소비자 손에 들어갔을 경우 같은 성능을 내게 끔 하는 데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거래선 다변화에 따른 제품 경쟁력 유지가 세트업체의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양한 업체의 각기 다른 부품을 구매해 제품을 조립하지만 결국 동일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부품 거래선 다변화는 업체 간 경쟁 유발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특정 납품업체의 문제로 발생할 수 있는 생산 차질 등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업체가 여러 곳에서 부품을 구매하고 있고, 거래선 다변화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애플이 최근 출시한 ‘뉴아이패드’에는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의 제조사가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도시바, LG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에서 치열한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의 부품도 꽤 많이 사들인다.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옵티머스LTE2’에는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스마트폰 부문 경쟁사 삼성전자의 메모리도 탑재된다.
직접 반도체와 LCD 등 부품을 제조하는 삼성전자의 경우도 100% 자체적으로 부품을 조달하지 않는다.
이처럼 한 제품에 다양한 업체의 부품을 탑재하다 보니 소비자가 같은 제품을 구매했더라도 부품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트 업체에서는 철저한 품질 검증을 거쳐 부품을 구매한다. 구매한 이후에도 제품이 동일한 수준의 최적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완제품 제조 과정에서 철저히 관리한다. 제품마다 성능이 다르다면 소비자 항의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다른 부품으로 인한 성능 격차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산 경우도 있다.
지난해 7월 유튜브에는 ‘맥북에어라고 속도가 다 똑같지는 않아요(Some MacBook Airs Have Slower SSDs Than Others)’란 동영상이 올라왔다.
똑같은 맥북에어 2대를 놓고 속도를 비교했는데, 빠른 제품은 쓰기와 읽기 속도가 각각 초당 250메가바이트(MB)와 265MB였지만 느린 제품은 각각 155MB와 210MB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동영상이었다.
문제는 맥북에어 부품 중 SSD에 있었다. 제품 분해 결과, 빠른 맥북에어에는 삼성전자의 SM128, 느린 제품에는 도시바의 TS128이 탑재돼 있었다.
이 동영상은 맥북에어 사용자 사이에 빠른 속도로 퍼졌다. 결국 맥북에어를 구매하려는 고객들은 탑재된 SSD 모델이 어느 회사 제품인지 알고 싶어했고, 애플에 도시바 SSD를 삼성 제품으로 교환해 달라는 항의가 빗발쳤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지진 등 예상치 못한 사태는 항상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품질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하고 적시에 납품받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부품이 다를 경우, 제품 마다 미세한 차이는 있겠지만 그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능력도 세트업체의 새로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