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실태·현황
이 때문일까. 젊은 세대는 물론 은퇴연령이 다가오는 베이비붐 세대는 특히 귀농귀촌에 관심이 많다. 빡빡하고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과 같은 농어촌에서 여유로운 황혼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막연한 환상만을 가진 귀농인은 100% 실패한다는 것이 앞서 귀농한 농어업인들의 충고다.
◇귀농귀촌 역대 최대…‘베이비붐 세대가 농촌으로 간다’ = 지난해 귀농·귀촌한 인구는 1만503가구, 2만3415명으로 2010년보다 158%나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귀농·귀촌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베이붐세대의 은퇴시기와 농수산식품부의 적극 귀농·귀촌 정책이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베이비붐 세대는 6.25 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태어난 이들로 국내 인구의 14.6%인 712만명을 차지하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 베이비붐 세대 중 66.3%가 은퇴 후 귀농·귀촌을 희망하고 있다고 답할 정도로 이들의 귀농·귀촌 인구 편입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귀농·귀촌자는 베이비붐 세대인 50대와 40대가 각각 33.7%와 25.5%를 차지해 전체 귀농·귀촌자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귀농·귀촌자의 가구당 구성원은 2.2명에 불과해 귀농·귀촌에 대한 성공 가능성의 불투명함과 자녀 교육문제 등의 이유로 처음부터 가족 모두가 농어촌으로 이주하지는 않은 또 다른 ‘기러기 가족’의 형태를 띠었다.
최근 강원도 홍천으로 귀농한 베이비붐 세대인 이종수(48)씨 역시 20여 년간 식품업체와 프랜차이즈 개발 업무에 종사하다 현재 귀농했지만 가족들은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이씨는 “아직 귀농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혼자 터전을 꾸미고 있다”며 “자녀들이 학교를 졸업하는 2~3년 뒤에는 농촌에서도 자리를 잡을 것이고 그러면 그때 가족 모두가 이곳 홍천으로 옮겨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일부 귀농현상에 대해 귀농·귀촌 전문가들은 “충분한 교육을 받고 귀농했다 하더라도 생각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도시의 기반을 일시에 정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부나 부부 일방만 먼저 귀농·귀촌에 대한 기반을 마련하고 가족이 이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시도별 귀농귀촌 가구 수는 강원도가 2167가구로 가장 많았고 전남(1802가구), 경남(1760가구), 경북(1755가구)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강원도는 수도권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탓에 2010년 보다 귀농귀촌 인구가 595%가 늘었다. 또 농지면적 등 농업여건이 좋은 전남도의 경우도 135%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또 귀농자들은 지역 선택에 따른 농작물 선택과 함께 빠른 결실을 보는 작물을 선호했다.
귀농자 중 절반을 넘는 52.7%는 재배기간이 짧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논농사와 배추 등 노지작물을 주 작목으로 선택했다.
반면 묘목을 심고 수확까지 2~3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과수를 선택한 귀농인은 17.0%에 그쳐 귀농인들은 초기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 빨리 수확할 수 있는 작물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선택은 초기 경제적 문제는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배추·상추 등 노지작물은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고 가격 변동 폭이 심해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먼저 귀농한 농업인들의 이야기다.
앞서 충남 연기군으로 귀농한 농업인 오성민(42)씨는 “귀농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키우기 쉽고 빨리 돈이 되는 작물에만 투자하는 것”이라며 “안정적 생활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과수나 특용작물 등을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고 빠른 시간 안에 수확해 팔 수 있는 노지작물을 보조로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한편 농식품부 경영인력과 김종구 과장은 “귀농·귀촌은 은퇴 예정인 베이비붐 세대 등 도시민 고용 창출의 대안이 되고 있다”며 “농식품 산업 측면에서도 도시민의 여러 산업 경험이 농산업에 접목돼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