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곤 산업부 팀장
사회통계학자 대럴 허프가 쓴 ‘새빨간 거짓말 통계’(원제:How to Lie with Statistics)에 나오는 이야기다.
3분의 1에 해당하는 높은 백분율은 여성의 입학허용에 따른 부작용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백분율 뒤에 감춰진 통계의 속임수였다. 당시 존스 홉킨스 대학에 등록된 여학생은 단 3명 뿐이었고, 이중 한 명이 교수와 결혼했던 것이다.
최근 비슷한 통계가 전경련에서도 나왔다. 주요 대기업의 신규 채용자 10명 중 4명이 지방대 출신이라는 것이다. 대기업의 지방대 홀대를 일반적인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취업시장의 인식과는 상반된 결과였다.
전경련은 지난 23일 배포자료에서 주요 기업 20개사의 2011년 지방대 출신 채용인용은 1만885명으로, 전년 대비 1246명 늘어 전체 채용인원 2만5751명의 42.3%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2009년 39.1%, 2010년 38.8%에 이어 채용 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게 핵심이었다.
특히 정부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서 지역인재 신규 채용 비중을 30% 이상으로 권고하고 있다면서 대기업들이 지역 인재 선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의미를 강조했다.
그러나 전경련의 통계에는 ‘존스 홉킨스 대학에 재학 중인 여학생의 함정’이 있었다. 배포자료에서는 언급하지 않은 ‘카이스트’와 ‘포항공대’를 지방대로 분류한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대전과 포항에 소재한 이들 대학을 지방대라 우기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취업시장에서 이들 대학이 지방대인가 하는 물음에는 전혀 사정이 다르다.
지난해 카이스트와 포항공대 졸업생 가운데 대기업 취업자는 50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대학원 졸업생까지 합하면 200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지방대 출신 대기업 취업자 1만885명의 20% 안팎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달 6일 발표한 30대 그룹 고용 통계 자료에서도 똑같은 함정은 발견된다.
당시 전경련은 30대 그룹의 종업원 수가 2010년 1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11년에는 118만 5000명 수준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전년대비 증가율이 10.0%로 같은 기간 취업자 증가율(1.7%)에 비해 약 여섯 배, 임금근로자 증가율(2.5%)에 비해 약 네 배 정도 높다는 점도 강조했다.
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 불안과 파나소닉·소니 등 종신고용의 대명사인 일본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은 꾸준히 고용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전경련이 동원한 수법은 간단했다. 신규 채용 외에 인수·합병한 회사의 기존 종업원까지 신규 고용 실적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렇게 포함된 종업원 수는 최소 1만여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경련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대기업의 고용창출에 대해 홍보하려 하는 이유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한층 거세지고 있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압박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 대기업을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한 홍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오히려 전경련의 이 같은 무리수가 대기업에게는 더 큰 짐이 될 수도 있다. 전경련 스스로 반기업정서를 자초하고 있는 것은 아닌 지 되돌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