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CEO학 썬밸리그룹 이신근 회장
“골프장 코스요? 무조건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내집처럼 편안하고 홀이 쉬워야 하죠.”
골프장전문기업 썬밸리그룹 이신근 회장(59)의 골프코스에 대한 철학은 확실하다. 이때문에 코스를 돌아보면서 가급적 심플하게 코스를 고쳐 나간다. 그래서 썬밸리 골프장은 벙커가 깊지가 않다. 퍼터로도 빠져나오기 쉽게끔 평탄하게 디자인했다.
이는 이 회장의 ‘골프의 가장 큰 단점은 너무 재미가 있다’는 것에 근거한다. 재미는 기(氣)를 살려주는 작용을 한다. 재미는 곧 신바람을 불러 일으킨다. 즐겁자고 하는 운동인데 코스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야만 골퍼들이 즐겁게 놀고 다시는 찾는다는 것이다.
썬밸리그룹은 공사중인 필리핀 클락까지 합치면 모두 134홀이 된다. 썬밸리CC(18홀·충북 음성)를 시작으로 설악썬밸리(27홀·강원 고성), 동원썬밸리(18홀·강원 횡성), 여주썬밸리(9홀·경기 여주)를 완성했다. 일본 구마모토에 야베(18홀)와 히고썬밸리CC(18홀)을 갖고 있으며 필리핀 클락에 36홀 골프장을 건설중이다. 연내 18홀을 오픈한다.
썬밸리그룹의 모기업은 올해 27년째 맞은 동광종합토건. 토목건축과 부동산개발이 주종이다. 동광토건은 8년째 국가유공자 가정의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13가구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등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골프장으로 눈을 돌린 사연이 있을 듯 싶다. 뭘까.
이 회장이 클럽을 손에 쥔 것은 1990년대초. 이때는 주로 주말, 특히 일요일에 골프를 했다. 휴일부킹이 ‘하늘의 별따기’ 시절이었다. 하루는 지인들과 라운드를 하다가 “이렇게 부킹이 어려운데 우리 조금씩 투자해서 코스를 만들까?”하고 ‘그린결의’를 도모했다. 하지만 삼국지의 도원결의처럼 오래가지 않았다. 그래서 홀로 골프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 대목에서 그의 추진력을 실감한다. 골프코스에 대한 결심이 서자마자 그는 홀 공사를 1년만에 끝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물론 부지를 매입하고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기간을 길지만. 코스설계가와 공사를 맡은 임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때 붙은 닉네임이 ‘작은 거인’이다. 일을 할때는 마치 ‘불도저’같다. 2002년 썬밸리, 2004년 설악, 2007년 동원썬밸리를 연이어 오픈한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골프장 건설에도 알 수 있듯 이 회장은 된다 싶은 사업이면 정확한 판단아래 최대한 공기를 단축하고, 일단 시작한 일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엄청난 저력을 갖고 있다는 게 주변의 평이다. 특히 그는 투명경영과 원칙주의자다. 옳다고 믿는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킨다. 스스로 깨는 일은 절대로 없다. 예를들면 라운드를 갈때도 먼저 인터넷 부킹을 한 뒤 그 시간에 맞춰 플레이한다. 골프장 예약실을 부속실에 두고 있는 것도 회원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주변에서 골프장을 갖고 있으니 매일 골프하러 가느냐고 물업봐요. 전혀 그렇지 않죠. 직원들 월급주려면 열심히 일을 해야지 한가하게 라운드를 할 수 있나요.”
이 회장은 볼도 잘 친다. 드라이버 거리도 한창때는 250m를 훌쩍 넘겼고, 베스트스코어는 1언더파 71타. 홀인원도 4번이나 했다. 첫 홀인원을 한 사연이 기가 막히다. 2003년 5월. 라운드를 하다보니 잔디관리가 제대로 안돼 것을 안 이 회장. 5번홀 그늘집에 그린키퍼와 임직원들을 불렀다. 4번홀 그린옆이었다. 폭발직전까지 화가 난 이 회장은 직원들에게 일단 큰 소리를 쳤다. 그런 뒤 티샷. 그런데 그린에 올라간 볼은 슬금슬금 구르더니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다. 임직원들의 함성소리에 그는 화도 못냈고 회식만 시켜줬다. 두번째 홀인원은 2005년 설악썬밸리 7번홀에서 했는데 마침 광복절이었다. 세번째는 2007년 새해 첫날 설악 4번홀에서 에이스를 잡았다. 네번째는 2008년 설악 7번홀에서 다시 기쁨을 맛보았다. 파3, 파4, 파5홀을 연속해서 버디를 잡는 ‘싸이클 버디’도 두번이나 기록했다. 2008년 8월 설악썬밸리 밸리코스와 지난해 7월 여주썬밸리CC에서 행운을 얻었다.
썬밸리는 회원제와 퍼블릭 2가지 코스를 갖고 있다. 코스가 조금 까다로운 썬밸리와 비교적 쉬운 동원썬밸리는 회원제다. 설악썬밸리와 여주썬밸리는 퍼블릭코스다.
“이제는 한개의 골프장만으로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집중과 선택을 할때가 온 거죠. 골프장도 그룹을 형성해야만 회원들이나 골퍼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윈윈’전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일본 골프장도 인수를 했는데 일본골퍼들로 수익을 맞추고 있습니다. 회원들이 동절기에 이용하라고 필리핀에 골프장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4개 골프장이 모두 색다르다. 재미난 사실은 홀이 완성되기전에 이 회장이 직접 플레이한 뒤 평가를 하고 설계자와 의논해 코스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썬밸리는 모험과 도전을 좋아하는 두뇌형 플레이어에 딱 맞다. 비교적 완만한 홀로 구성돼 있지만 골짜기와 능선을 최대한 살려 디자인됐다. 6개의 대형 호수와 아일랜드그린이 돋보인다. 동원썬밸리는 홀이 길고 넓은 페어웨이로 장타력을 발휘하는 플레이어가 유리하다. 풍광이 수려하고 물 흐르듯 홀을 배치해 마일드한 느낌을 주며 홀 공략은 썬밸리보다 편안하다. 설악썬밸리는 내설악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이 코스는 다이나믹하면서도 곳곳에 함정을 묻어두고 있어 90타대 이하를 치는 플레이어게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