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없는 다문화]부처마다 생색내기용 정책 봇물…'컨트롤 타워' 시급

입력 2012-08-21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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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겉도는 정부 지원 정책

▲이주여성 19만명 중에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혜택을 받는 비율은 21%에 그친다. 그나마도 네일아트, 풍선아트 등 문화센터 수준에 머물러 취업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못되고 있다. 지난 7월 충남 홍성군 홍동면 환경농업마을에서 지역 다문화가정의 한 여성이 고향의 부모님께 편지를 쓰다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다문화가정 지원정책이 중구난방식이고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나름 지속적으로 다문화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하지만, 총 11개 부처에서 사업을 중복집행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당연히 예산 낭비가 크고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이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통합적으로 관리를 담당하는 총괄부서가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 관계 당국은 성과 올리기에만 급급해 현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순 ‘적응’보다는 ‘자립’ 지원 절실=현재의 다문화가정지원센터의 프로그램은 출산과 양육 위주의 지원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자립을 위한 취업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여성부가 실시한 ‘2009년 전국 다문화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결혼이민자 10명 중 4명(36.9%)은 일을 하고 있다. 조사에서 누락된 농사일을 포함하면 실제 일하는 이주 여성의 비율은 80~90%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2009년 이후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각 지자체별 이주여성의 취업현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펼칠 수 없다. 고용노동부 역시 결혼 이주여성의 취업 현황 통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주여성 취업 현황이 따로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한부모 가족,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 취업 지원’으로 통합돼 구체적인 현황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여성부는 청소년들에게는 외국어 교육을, 이주여성에게는 취업 기회를 주기 위해 ‘언어영재교실’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12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되지만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가 태부족이다. 사업 실시 첫 해 100명의 강사를 배출하고 올해는 6명이 늘어 106명에 그쳤다.

이마저 교육과학기술부의 ‘이중언어강사 양성’ 사업과 겹쳐 학교에서 채용되지 못하고 고용 의사를 밝힌 다문화센터에서만 강사로 일할 수 있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사무총장은 “취업 교육이 최근 1~2년 사이 많아졌지만 취업 알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어 문제”라면서 “취업 교육도 네일 아트나 풍선아트 등 백화점 문화센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주여성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심도 있는 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제 취업 알선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트롤 타워 통한 체계적인 지원 필요=부처별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다문화 지원 정책을 하나로 합쳐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다문화청(가칭)’과 같은 통합 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한국어교실, 콜센터 등은 현재 2~3개의 부처가 따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어 교육은 여성부의 다문화가정지원센터 사업과 법무부의 사회통합지원프로그램이 있으며 각 지자체마다 자체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콜센터의 경우 여성부는 다누리콜센터(1577-5432)와 이주여성 긴급전화(1577-1366)로 이원화됐고 법무부는 외국인종합 안내센터(1345)에서 외국인 비자신청·출입국 문의와 다문화가정 상담을 동시에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역시 콜센터(1350)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와 이주여성의 고용관련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안대환 한국이주노동재단 이사장은 “다문화지원 사업이 중복되는 가장 큰 원인은 각 부처가 예산을 받기 위해 경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다문화정책의 주무부처는 여성가족부이지만 정책 전반을 조정하거나 예산을 수정할 권한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원이 체계적이지 않고 일부에만 국한돼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다문화가정 구성원은 2011년 기준 57만명이며 이중 여성 결혼 이주여성은 약 19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주민지원단체전국연합회에 따르면 전체 이주여성 중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혜택을 받은 비율은 약 21%에 그친다. 한국이주노동재단은 실질 수혜자를 2만~3만명으로 더 적게 추산하고 있다.

서울의 한 다문화가정지원센터 관계자는 “센터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참여하는 사람이 정해져있다”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이주여성은 일을 하기 때문에 센터에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총체적인 수혜 현황 집계가 안 되는 것도 문제다. 정기선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이주여성들이 여러 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며 총체적인 수혜 현황 집계가 안 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최근 법무부가 정보공개를 통해 여성부의 다문화지원센터로 이주여성 정보를 넘기는 등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원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모경환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지원 수혜자와 사각지대에 놓인 다문화가정 이주여성에 대한 현황을 일원화해 서비스 대상을 넓히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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