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vs 비의료 의사 수 놓고 의견 ‘첨예’ 의료계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부터 손봐야”
의사인력의 적정성에 대해 의료계와 학계·시민단체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측은 의대 정원수를 늘려 공공의료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윤인순(민주통합당)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주최로 30일 열린 ‘의사인력 부족,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는 2020년이면 의사인력이 3만2000여 명 부족해 의대정원을 4000명에서 6000명으로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의대 정원이 현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자료에 따라 2020년 한국의 의사 인력 적정 수준(인구 1000명당 3.2명)을 반영해 계산한 결과 최소 3만3000명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 대안으로 의대입학정원을 증원하기 위해서 국공립 의대 신설 및 의학사관학교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제안했다.
그는 “입학인원 전원을 공공보건장학생으로 계약 공지하고 졸업 후 일정기간 공공의료기관 근무조건을 달아 의사면허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국공립 의대를 신설해야 한다”며 “지역과 상관없이 중앙에 전국단위의 의학사관학교도 신설해 남녀 구분없이 졸업 후 일정기간 공공의료기관에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해야 한다”고 구체적 방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의료계는 의사증가율 및 의사밀도가 높아 공급과잉이라고 맞섰다.
이날 의사단체를 대표해 토론에 참여한 대한의사협회 이재호 의무이사는 국민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만큼 의사인력을 확보하려다간 도리어 의료비 증가에 직면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의무이사는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의사 수는 2000년 대비 2010년 인구증가율(7.5%)에 비해 의사 수 증가율(40%)이 약 5배 정도 높아 2020년에는 의사인력의 공급과잉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의사 밀도’와 ‘의사 접근도’의 측면에서 동일 면적내의 의사수와 의사 1인당 책임져야 하는 면적을 비교해 실제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는 거리를 산출하면 우리나라 의사밀도는 2006년에 3순위(8.3명)에서 2009년에는 OECD 회원국 중 2순위(9.5명)로 높다고 설명했다. 동일 면적내에 의사밀도가 높아 환자가 의사들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이 의무이사는 “적정성 논란이 있는 의사수를 늘리는 정책으로 공공의료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장학의사제도나 시니어닥터를 활용하는 등 현재의 인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해결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의료계는 공중보건의가 부족한 이유는 의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2003년 정부가 도입한 의학전문대학원 제도가 공중보건의 의미를 훼손시켰다고 주장했다. 졸업생수 증가로 인해 공보의 자원이 늘어나자 민간병원, 교정기관, 건강관리협회 등 보건단체를 비롯 시지역 국공립병원까지 배치기관을 확대해 의료취약지구에 배치한다는 공중보건의 제도가 무색해졌다는 것. 2012년 현재도 35%의 공보의가 그 목적과 무관한 기관에 배치돼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공공병원들의 재정이 열악해 봉직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하고 미봉책으로 공보의를 배치해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의료 인력 적정성 문제에 대해 경실련 남은경 팀장은 “의료 인력 부족에 대해서는 의협을 제외한 정부 측 대표와 참가자들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의사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고 국가가 책임지고 공공의료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