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살에 광고로 데뷔했고, 열아홉 살에 일일드라마 주인공이 된 그녀는 이제 스무 살 성인이 돼 연기자로서 인생에 크게 한 보 내딛었다. 이 연기자에게 어떤 매력이 있어 이토록 수직상승 모드의 행운을 거머쥔 것일까. 호사가들은 분명 대단한 조력자가 있을 것이라고 입방아를 찧을 정도로 진세연의 행보는 승승장구다.
“고등학교 때 학교 앞에서 광고 에이전시 담당자로부터 캐스팅됐어요. 기분 좋게 광고 한 편을 찍었는데 그게 이어지다보니 연기까지 하게 된 거예요. 처음에는 그저 신났었는데, ‘다섯 손가락’ 시작하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온 연기자가 아니더라고요. 불안할 때가 많죠. 언제, 어떤 형태로 떨어질지 모르니까요.”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사실 ‘내 딸 꽃님이’와 ‘각시탈’을 통해 보여준 진세연의 연기력은 신인치곤 안정감이 있었다. 이를 눈여겨 본 드라마 감독들의 연이은 출연제의가 지금의 진세연을 만든 셈이다.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내 딸 꽃님이’ 때는 ‘어쩜 처음 해 본 아이가 연기를 그렇게 잘하니? 몇 살이야? 열아홉 살이 어쩜 그런 감성을 가졌니?’라는 칭찬 많이 들었어요. 시키는 대로 그냥 대본 외우고, 연기 한 거였는데 칭찬을 들으니까 기분 좋았죠. 그런데 지금은 조금 못하면 벌써 눈초리가 달라지는 걸 느껴요. 세 번째 주연 작이잖아요. 이제 내가 진짜 내실을 다질 때가 온 거죠.”
급성장이 좋은 것만은 아닌가보다. 진세연을 춤추게 한 것은 칭찬이 아닌 불안감이었다. 처음에는 대본만 외우던 그녀가 이제는 감정을 실을 수 있게 됐고, 자신의 감정에만 몰두하던 것에서 상대역의 감정까지 헤아리게 됐다니 연기자로서 이보다 흥나는 춤이 어디 있을까.
‘다섯 손가락’에서 진세연은 천성이 밝고, 피아노에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홍다미 역을 맡아 열연중이다. 데뷔작부터 연거푸 세 작품을 바통 이어받듯 이어온 그녀기에 지칠 때가 됐을 것이라는 예상은 캐릭터와 진세연의 싱크로율에서 가볍게 빗나갔다.
“지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다미가 나와 많이 닮은 아이인 거예요. 특별히 힘들이지 않아도 그 아이의 감수성을 표현할 수 있어서 전작들에 비해 쉽게 연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체력? 체력 하나는 타고난 것 같아요. 힘든 줄 모르겠어요. 이투데이와 제가 데뷔 동기라고 하니 기분이 남달라요. 서로 성장하는 모습 지켜보는 것도 뿌듯할 것 같아요.”
“아쉽게도 지금까지 세 작품 투입이 모두 시기적으로 겹쳐졌어요. 그러다보니 외적인 면에서 변화를 거의 못줘서 안타깝죠. 헤어스타일이라도 좀 바꾸고 싶은데 그걸 못하니까 늘 전작품 이미지가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늘 아쉬워요.”
연기도 연기지만 체력 관리도 만만치 않은 숙제일 듯하다. 세 작품 연속 주연 캐스팅은 무려 1년 동안 진세연을 쉴 새 없이 달리게 했다. 한참 피부 관리에도 민감할 나이에 그녀는 “체력은 타고난 것 같아요. 몇 시간만 자면 멀쩡해져요.”라며 생글생글 웃어 보인다.
“피부가 걱정인데요… 요즘에는 피곤해서 자꾸 뾰루지가 나서 속상해요. 어릴 때부터 엄마가 오이마사지 해주었었는데, 그 정도 밖에 관리를 못하고 있어요. 피부가 엉망 일 때는 조명감독에게 살짝 귀띔하기도 해요(웃음).”
스무 살만이 가질 수 있는 발랄한 에너지가 진세연을 두텁게 감싸고 있다. 이런 에너지라면 3년이 아닌 30년이라도 질주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녀다.
사진=양지웅 기자 yangd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