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발상은 신선하다. 기업 사외이사가 거수기 역할 밖에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현실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
그러나 신 회장의 경영실험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선 몇가지 전제를 만족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지 ‘고객 사외이사’란 사실만 내세우면‘쇼’에 불과하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신 회장의 경영실험에 반신반의하는 것은 사외이사를 뽑는데 특별한 지원 자격이 없고 선발 기준도 모호해 생색내기성 행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채용 홈페이지에 고객 사외 이사의 구체적인 업무와 의무에 대한 설명을 배제하고 ‘고객으로서 감성을 바탕으로 롯데쇼핑의 발전에 기여하고 경영 참여’라는 애매모호한 답변만 내놨다. 전문성을 가진 사외 이사들도 거수기 노릇을 하는 상황에서 단지 감성을 내세운 고객 사외 이사의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알 수 있는 예상할 수 있는 뻔한 사실이다.
정말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와 제안을 듣고자 한다면 권위 있는 소비자 단체 등에서 적절한 사외 이사 후보를 추천받는 방법이 옳다. 롯데의 입맛대로 뽑은 고객 사외 이사가 고객 입장에서 롯데의 ‘미스터 쓴소리’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신 회장은 유통과 식품분야 등 고객과 호흡하는 고객접점 사업(롯데쇼핑)이 마케팅을 통해 성과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마케팅은 기술적으로는 뛰어날지는 몰라도 사람의 마음을 사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좋은 발상이니 만큼 시행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말로만 고객을 내세우고 진정성이 없다면 ‘마케팅 쇼’에 머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