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계열사 지분매각 강제분리", 文 "장기과제", 朴 "효과 의문"
계열분리명령제는 지난 2003년 참여정부 인수위원회 시절 검토하다 정부 초기에 시행을 준비했지만 좌절된 적이 있고, 지난해엔 민주통합당 내에서 재벌개혁의 한 방법으로 검토한 적이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측에서는 “장기적으로 검토할 만한 과제”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반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은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분리명령제는 재벌그룹이 특정 계열사를 이용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독점체제를 만들 경우 해당 기업의 지분을 매각해 재벌집단에서 분리한다는 제도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기업분할명령제가 독점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을 쪼개라고 명령하는 제도라면 계열분리명령제는 재벌 총수가 대상이다.
안 후보 캠프의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삼성그룹이 제과점, 골프장, 급식사업을 하는 것은 오히려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이런 엉뚱한 사업을 안하고 삼성전자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계열분리명령제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계열분리명령제를 우선 금융지주사 등 대형 금융기관에 대해 먼저 실시하고 이어 2단계로 일반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계열사 비중이 높은 삼성이나 한화, 국내 자동차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그룹 등이 대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안 후보 캠프 전성인 경제민주화포럼 대표(홍익대 교수)는 “금융기관이 부실할 경우 금융시스템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먼저 도입하려는 것”이라면서 “일반기업에 대해서는 1단계 조치로 기회균등과 과정의 공정, 약자의 보호 같은 가치를 구현할 수 없다면 그때 도입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 측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경북대 교수)은 지난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계열분리명령제)는 장기적인 검토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하기 때문에 여론을 통해 설명이 충분히 되고 더 알려져야 한다”며 시기 상조임을 밝혔다.
그는 “금산분리, 순환출자, 출총제(출자총액제한제) 등 이미 전선이 넓은데 계열분리명령제라는 또 하나의 전선을 확대했을 때 앞으로 꼭 하려는 개혁이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문 후보의 재벌개혁안에 계열분리명령제를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박근혜 후보 측은 계열분리명령제의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박 후보 캠프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법적으로 계열분리를 명령할 수 있는 제도가 현재로서는 없다고 보는데, 어떤 형태로 명령을 내린다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국가가 그런 식으로 명령을 해서 (계열분리를 해서) 달성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내에서 제한적으로 계열분리명령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 이종훈 의원이 지난 7월 대표 발의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일감몰아주기를 포함한 불공정 거래행위 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시정조치가 가능하게 끔 법적 근거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계열분리를 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이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행법에는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하거나 과징금만 내면 끝이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법안에 계열분리명령제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법이 개정되면 계열분리명령제나 기업분할명령제가 도입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경실모가 제안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박 후보 캠프 경제민주화추진단에서 검토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한국의 현실적인 문제나 정치적 역학구도상 제도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