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e야기]물러난 '미래에셋 신화' 구재상 전 부회장

입력 2012-11-0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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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펜던스’로 떠서, ‘인사이트’로 지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창립멤버인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이 사임했다. 구 전 부회장은 2000년대 초반 ‘인디펜던스’와 ‘디스커버리’를 잇달아 설정하며 국내 펀드 열풍을 일으켰던 주역이다.

1일 미래에셋그룹은 지난달 31일 구재상 부회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했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구 전 부회장의 향후 거취는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964년 광주 출생인 구 전 부회장은 1988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해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했다. 1996년 동원증권 압구정지점장으로 일하다 1998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운용담당 상무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2002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을 역임하다 지난 2010년 말 미래에셋자산운용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구 전 부회장은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창업공신이다. 32세 때 최연소 지점장으로 압구정지점을 맡은 그는 단숨에 전국지점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이후 박현주 회장과 함께 미래에셋금융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자산운용 상무로 일하며 미래에셋의 '두 기둥'인 인디펜던스 펀드와 디스커버리 펀드를 설계·운용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두 펀드의 인기에 힘입어 미래는 ‘1등 자산운용사’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그에게도 시련이 닥쳐왔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인사이트 등 대표 펀드에서 줄줄이 환매가 이어진 것이다.

올 들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주식형 펀드에서만 지난 달 30일까지 총 2조2083억원의 환매가 일어났다. 여기에 2007년 출시한 야심작인 인사이트펀드가 설정 5주년을 맞았지만 누적 수익률이 -26%에 달하는 부진을 겪고 있다.

그는 이같은 위기에 맞서 해외진출로 제2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려고 했다. 지난해 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대만 타이페이에서 순자산 2920억원 규모의 타이완라이프자산운용의 지분 60%를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한 지난해 말에는 일본에 ‘다이와·미래에셋 한국셀렉트 펀드’를 수출했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운용력 강화를 위해 대안투자전문운용사인 미래에셋맵스와도 합병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보유한 액티브운용 및 리서치능력과 맵스자산운용이 보유한 금융공학 및 인덱스운용능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여간다는 전략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사임한 것일까. 해외 네트워크 구축 및 맵스자산운용 합병작업이 마무리되자 이를 진두지휘했던 구 부회장이 능력있는 인재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용퇴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사이트 펀드 수익률 부진 및 환매랠리에 대한 책임을 진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이미 올 연초부터 구 전 부회장이 주식운용에서 손을 떼고 주요 임원의 물갈이가 시작되는 등 내부적으로 변화의 조짐이 컸었다”며 “창업 공신인만큼 일련의 부진에 대한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주식운용부문대표 및 주식운용본부장(CIO)인 손동식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향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정상기 부회장과 장부연 경영관리부문 대표의 2인 공동 대표체제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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