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환자샤우팅카페’서 억울함 호소
세상의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의료 사고로 고통 받는 환자 가족들이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며 떨리는 목소리를 마이크 앞에 섰다.
6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1층에서 마련한 제3회 ‘환자샤우팅(Shouting)카페’에서 환자 보호자들은 그 동안의 억울함과 불편함을 세상에 외쳤다.
제일 먼저 무대에 오른 우미향 씨는 교통사고로 다리 수술을 받은 아들이 수술 도중 혼수상태에 빠져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다리 수술을 받은 아들(당시 고2)은 다리를 다친 것 외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척추 마취 수술을 하다가 중간에 문제가 생겨 전신마취로 바꾸는 과정에서 심정지가 왔고 뇌손상이 생겨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우 씨는 분명히 선택진료를 신청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들이 깨어나지 못하자 어떻게 된 것인지 따져 물었다. 하지만 선택진료로 이름이 들어간 교수는 수술이 있는지 조차 몰랐고 레지던트 1년차가 마취를 했다는 병원측의 답변을 듣게됐다.
해당 교수는 선택진료 자격이 되는 사람이 본인 밖에 없어 이름을 올린 것 뿐이라며 관행상 그렇게 하고 있다고 답변을 했다. 어떤 교수가 일요일에 나와서 수술을 하느냐며 되려 부모에게 화를 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현재 6년간 월 200만원의 간병비로 고통을 겪고 있는 가족들은 상급병실료 8000만원을 내라는 병원 측의 소송에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두 번째로 감기약 부작용인 ‘스티븐존슨증후군’에 걸려 올해 초 제약회사와 약사, 의료기관, 국가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김영정씨의 배우자 이영정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김 씨는 지난 2010년 약국에서 감기약 5~6정을 이틀간 복용한 뒤 온몸이 쑤시고 고열이 발생해 응급실에서 비슷한 종류의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더 심해진 김 씨는 큰 병원에 갔고 ‘스티븐존슨 증후군(SJS)’ 확정 진단을 받았다.
이 희귀병으로 인해 김 씨는 피부 각질이 벗겨지고 눈의 각막이 터지는 고통을 겪었다. 그동안 각막이식술을 4번, 양막이식술을 10번 이상 시술했다. 하지만 결국 실명됐고 15분에 한 번씩 눈에 인공누액을 넣어줘야 하는 처지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안전관리원 등에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온 건 냉담한 반응뿐이었다.
이에 대해 자문단으로 참석한 이인재 법무법인 우성 변호사는 “의약품 부작용이 생겼을 때 구체적인 해결책이 실질적으로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실태조사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나온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진영씨 사례의 경우 현재는 재판 중에 있지만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지난 9월19일 일명 ‘카바수술’을 받고 일주일 만에 사망한 피해자 자녀 길윤희씨가 나와 아버지가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경증환자임에도 수술을 받아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또 건국대학교병원 송명근 교수가 개발한 ‘카바수술’이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더라면 수술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길 씨 가족은 억울한 사연을 알리기 위해 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실에 찾아갔지만 이 사연을 알릴 수 없고 의원실에 전단지를 돌린다 해도 하나의 민원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용익 의원은 이에 대해 “카바수술은 의학적 평가를 엄격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앞으로 관심을 갖고 국회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카바수술을 둘러싼 의학적 논쟁에는 관심없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여전히 현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카바수술에 대해 한시적 비급여 기한이 종료됐고 이런 피해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광고를 하고 싶었지만 소송을 당할 것이라고 주변에서 만류해 하지 못했다. 소송보다는 국민의 알 권리가 중요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김 씨는 “언론에 보도되고 병원에서는 ‘빈크리스틴’을 수액에 섞어서 투여하도록 시스템이 개선됐다”면서 “수액에 섞여 있기 때문에 절대로 척수강 내로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모든 의약품에 대해 이런 안전장치를 만들자는 것이 환자안전법의 취지라고 김 씨는 설명했다.
김 씨 부부는 제2의 종현이가 나오지 않도록 이 법 제정을 위한 사회적 여론 형성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 법 이름이 ‘종현이법’이라고도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권용진 서울의대 의료정책실 교수는 “의료시스템 전체를 놓고 볼 때 누군가 잘못한 사람도 없는데 환자는 치료 과정에서 엄청난 피해를 입고 가정이 파탄나기도 한다”면서 “그런 문제에 대해 사회가 공동 책임지고 정부가 제 역할을 해야한다”고 말해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 부인인 김미경 여사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부인인 김정숙 여사가 참석해 이들의 하소연을 경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