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대학] 스타는 왜 유령대학생으로 전락 했는가

입력 2012-11-0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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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특기자 기준 남용해 일반 수험생 위화감

#1.“가고 싶었던 연세대에 합격해 기쁘다. 학교에 자주 나가 수업도 열심히 들으면서 학교 생활을 하고 싶다.”7개 대학으로부터 특기자 입학제의를 받은 뒤 연세대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에 지원해 지난 10월 31일 최종 합격한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8·세종고)의 대학합격 소감이다.

#2.“대학을 가고 싶지만 현재 상황은 학업과 활동을 병행할 수 없어 대학 진학을 연기하고자 합니다. 학업을 성실히 할 수 있을 때 준비를 해 대학에 가겠습니다.”국민 여동생 미쓰에이 수지(18 ·서울공연예술고)는 최근 가수와 연기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올해 대입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8일 2013년 대학수학능력 평가시험이 치러진 가운데 손연재 처럼 대학에 합격하거나 수지를 비롯한 대학진학을 포기한 연예인 등 대학 진학과 관련된 연예인 그리고 스포츠 스타들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연예인 스타와 스포츠 스타들의 대학 진학과 관련한 논란과 화제도 증폭되고 있다. 또한 결석으로 일관하는 대학생활 등 스타들의 대학생활과 관련한 문제점들이 속속 노출돼 이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근래들어 연예계나 스포츠계에 데뷔하는 나이가 어려지면서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신분으로 특기자전형 등을 이용해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자신의 활동 분야에 대한 이론과 지식에 대한 심도있는 공부를 하고 지성인으로서의 교양과 자질을 기르기 위해서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이윤지는 “대학에서 드라마 현장에서 배우지 못하는 이론 등을 학교에서 많이 배웠고 학우들과 생활하면서 사회구성원으로서 필요한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상당수 남자 연예인은 대학을 군대를 연기하는 용도로 활용하기위해 진학하고 일부 여자 연예인은 스펙과 이미지 경력 관리를 위해 대학에 진학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 스포츠 스타의 경우, 학연을 이용한 활동 분야 진출 용이성을 확보하기위해 대학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 종목의 경우 학연이 활동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남자 연예인의 상당수는 학업 때문에 대학을 가는 것이 아니라 군대를 가지 않고 연예활동을 계속하기위해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한 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은 연예인의 대학 진학 이유에 대한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험생과 대중에게 유명성을 담보한 스타를 대학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위해 대학들이 앞 다퉈 손연재 처럼 유명 스타를 영입하려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입시철만 되면 각 대학이 합격시킨 유명 스타들에 대한 보도자료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급증하고 있는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의 대학 진학과 대학생활에 대한 문제가 폭발하고 있다.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들의 특기자 전형 입학과 관련된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에서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들을 진학시키는 근거가 되는 연예인과 선수들의 특기라고 하는 것이 일반 학생들이 오랫동안 대학진학을 위해 투여한 시간과 노력, 땀과 비교해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대학이 일반 수험생의 노력에 버금가는 연예인 특기 기준을 엄격하고 공정하게 정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다. 대학을 홍보하는데 활용하기위해 묻지마식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대학에 진학시키는 행태에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하고 있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한 뒤 일부 연예인 대학생과 스포츠 스타들의 잘못된 행태 즉 학교에 모습은 보이지 않는 불성실한 대학생활의 문제도 연예인, 스포츠 스타와 대학과 관련된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연예인들과 스포츠 스타들의 상당수가 물리적으로 연예활동, 선수활동과 대학학업 병행이 불가능한데도 대학에 재적만한 채 수업에는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무늬만 대학생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동료 학생들은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을 ‘유령대학생’‘무늬만 대학생’이라고 말한다. 황상민 연세대교수의 김연아 교생실습에 대한 비판과 논란, 그리고 배용준 조인성 최지우 김정훈 등 제적당한 연예인들이 스타들의 유령 대학생화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K대를 졸업한 정유현씨(25)는 “유명 탤런트와 함께 수업을 들었는데 한한기 동안 단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말한다.

또한 일부 대학은 철저한 학사관리를 하지 않고 홍보행사에 가끔 모습을 드러내는 연예인 대학생들에게 학점을 주는 등 부실한 학사행정 역시 일반 대학생과 대중에게 비판받는 부분이다. 미국이나 일본 대학은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에 대해 일반 대학생과 다른 예외적인 학사관리를 하지 않는다. 타이거 우즈나 마이클 조던 등 미국의 스포츠 스타들도 예외 없이 적용하는 학사관리로 인해 선수생활과 학업을 병행하지 못해 자퇴를 했을 정도다.

물론 보아, 아이유 등 최근 들어 활동과 학업을 병행할 수 없어 대학진학을 연기하거나 포기하는 연예인들도 늘고 있다. 수많은 대학에서 입학제의를 받은 보아는“대학에 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활동하다보면 학업에 충실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학에 입학하지 않기로 했다”며 간판이나 이미지 제조용으로 대학을 활용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확고히 밝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와 대학진학과 대학생활을 둘러싼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대학의 특기자 전형의 기준이 일반 학생들의 대학진학을 위한 노력과 형평성이 맞도록 객관적이고 엄격하게 정해져야하고 진학하는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이 대학생 신분에 맞는 성실한 대학생활을 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의 진정한 홍보는 실력 있는 지성인과 사회일꾼을 키워내는 것이고 한 두사람의 연예인을 입학시켜 행사 등의 참여를 통해 대학을 홍보해도 명문대학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에 대해 철저한 학사관리를 해야한다. “송강호에게 출신대학을 묻지 않는다. 또한 사람들이 송강호가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 모른다. 연기를 너무 잘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학력은 배우 생활과 전혀 상관없는 거다. 대학 졸업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이 아직도 나를 서울대 출신 배우로 생각하면 내가 연기를 못하고 있는 거다.”배우 정진영의 말은 대학과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요즘 새겨들을만한 의미 있는 언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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