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의 글로벌 DNA] 기아차 디자인 심장 만든 장인‘피터 슈라이어’ 부사장은 누구

입력 2012-11-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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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슈라이어 기아자동차 최고디자인 책임자(CDO).
페르디난드 피에히 폭스바겐그룹 이사회 의장의 뼈저린 한 마디가 세간의 화제가 됐다. 그는 지난 11일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를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피터 슈라이어 기아자동차 최고디자인책임자(CDO) 부사장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2006년 9월 기아차로 자리를 옮겼다.

피에히 의장은 “이미 잃은 것에 대해 평생 후회한 적이 없는데 단 하나 예외가 있다”며 “피터 슈라이어를 아우디에서 기아차로 가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슈라이어 부사장이 기아차로 옮긴 뒤 기아차가 이뤄낸 디자인 개혁의 성과를 보고 피에히 의장이 뒤늦게 땅을 친 것이다. 폭스바겐이 슈라이어 부사장 때문에 유럽 시장에서 기아차를 경쟁 상대로 인식한 셈이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1953년 독일에서 태어나 독일 뮌헨대와 영국 왕립예술대학(RCA)을 졸업했다. 이후 1980년 아우디에 입사해 아우디 디자인 총괄 책임(1994~2001년), 폭스바겐 자동차그룹 디자인 총괄책임(2002~2006년)을 맡았다. 스포티한 디자인을 표방하는 ‘아우디 TT’와 ‘A6’는 바로 그의 대표작이다. 기아차로 자리를 옮긴 슈라이어 부사장은 곧 바로 패밀리룩인 ‘K 시리즈’의 디자인을 주도해 큰 성과를 이끌어냈다.

슈라이어 부사장의 기아차 영입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영입 당시 기아차 사장이었던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슈라이어 부사장을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를 했다. 재규어의 이안 칼럼, BMW 7시리즈의 크리스 뱅글과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인 슈라이어 부사장을 영입해 기아차의 디자인 체질을 근본부터 바꾸기 위해서였다.

정 부회장과 슈라이어 부사장은 현재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슈라이어 부사장의 역량은 자동차 디자인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지난 9월 아티스트로서 생애 첫 개인전을 열었다. 슈라이어 부사장의 첫 개인전은 정 부회장의 제안으로 열게 됐다. 무대는 고국인 독일이 아닌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였다. 그는 첫 개인전에서 드로잉, 설치, 회화작품 등 60여점을 공개했다. 전시회 타이틀은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자동차 디자이너로 살아온 자신의 내면을 꺼내어 관객과 호흡하겠다는 뜻이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최근 자전거 디자인에도 나섰다. 기아차는 슈라이어 부사장이 디자인한 자전거 ‘케이 벨로(K Velo·사진)’를 지난 11일 출시했다. 삼천리자전거와 공동 개발한 이 자전거는 기아차 디자인의 특성인 ‘직선의 단순함’을 표현해 세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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