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주의 연기대상 수상이 던진 의미는?
지난 10월부터 올 10월까지 KBS, MBC, SBS 방송 3사, 종편, 케이블에서 방송된 166편의 드라마 연기자를 대상으로 심사한 결과 영광의 연기대상 수상자로 ‘추적자-더 체이서’ 명연기를 펼친 손현주가 선정됐습니다.
시상식장에서 손현주의 떨리는 수상소감을 듣고 트로피를 치켜올리는 손을 직접 보면서 두 개의 풍경을 떠올렸습니다. 하나는 K드라마 스타 어워즈 대상 수상자 선정 심사하는 상황이고 또 하나는 지난 5월24일 서울 목동 SBS 13층 홀에서 열린 ‘추적자’의 제작발표회 모습입니다.
저 역시 166편 드라마 출연자를 대상으로 심사하는 K드라마 스타 어워즈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는데 대상은 후보 없이 심사위원 10명이 가장 연기를 잘하는 1인을 선정투표하는 방식으로 결정됐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심사위원 10명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손현주를 대상 수상자로 뽑아 심사위원들마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국내외 수백명의 취재진이 몰린 ‘신사의 품격’ ‘닥터진’과 달리 ‘추적자’의 제작발표회는 초라할 만큼 간소하게 진행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손현주는 “아이돌 스타가 나오는 드라마도 있어야 하지만 정통 드라마도 분명 있어야 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정통 드라마( ‘추적자 ’)라는 점에서 보는 시청자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연기 잘 하시는 선배 연기자들이 주인공을 하는 시대가 올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추적자’에 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라며 의미 있는 다짐을 했습니다.
올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고의 연기자는 손현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손현주는 ‘추적자’에서 강력계 형사로 사랑한 딸을 뺑소니 사고로 잃은 후 거대한 정치권력과 자본권력과 맞서 진실을 파헤치는 백홍석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목숨 걸고 연기한다”는 손현주가 아니었다면 ‘추적자’의 성공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시청자와 전문가의 평가를 이끌어낼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무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손현주가 연기하는 백홍석이 분노하면 시청자는 분노했고 백홍석이 좌절하면 시청자도 좌절했습니다. 그가 눈물을 흘리면 안방의 시청자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TV안의 손현주의 백홍석과 TV밖의 시청자가 혼연일체가 된 것입니다. 이 땅의 아버지라면, 아니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손현주가 생명력을 불어넣은 백홍석이라는 캐릭터의 진정성을 흠뻑 느꼈을 겁니다. 이같은 놀라운 광경의 연출자는 물론 뛰어난 연기력을 보인 손현주입니다. 손현주의 단단하게 쌓인 연기의 내공이 찬연하게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47세의 나이에 드라마 주연으로 나서는 이례를 연출한 손현주는 신드롬을 일으켰고 ‘추적자’를 올해의 최고의 화제작으로 부상시켰습니다. 손현주 신드롬은 캐릭터 분석과 소화력 그리고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진정성 담긴 연기력이 작품 출연 배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도 연기력을 무시하고 대중에게 인기 있는 스타에 대한 묻지마 캐스팅만이 횡행하는 방송제작환경에 대한 의미 있는 경종 그 자체 였습니다.
손현주의 연기대상 수상은 잃어버린 연기력의 힘을 그리고 연기력을 가진 배우에 대한 진정한 가치 부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준 기제였습니다. ‘추적자’에서 함께 연기한 이시대의 최고의 연기자로 평가받는 박근형에게 상을 보여주고 연기 잘 하는 선배들이 인정받아야한다는 손현주의 대상 수상소감이 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손현주의 연기대상이 정말 절절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