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유로존의 경제가 일본식 경기침체인 ‘잃어버린 10년’으로 치닫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6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로존 경제가 2013년에 0.4% 위축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ECB가 앞서 전망한 0.5% 성장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올해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종전 전망치 마이너스(-)0.4%에서 -0.5%로 낮췄다. 2014년에는 1.2%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경기 위축이 내년에 확장할 것”이라면서 “2013년 말에 글로벌 수요 증가·통화완화 정책·금융시장의 개선 등에 힘입어 경제 활동이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지난 달 유로존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0.1%로 예상했다.
올해는 -0.4% 위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OECD는 유로존이 2013년에 높은 실업률과 부채, 재정적자로 인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로존 경기침체가 심화하면서 역내 1~2위 경제국 독일과 프랑스에도 위기의 여파가 엄습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내년 독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4%로 지난 6월의 전망치 1.6%에서 크게 낮췄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종전의 1.0%에서 0.7%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분데스방크는 독일 경제가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1분기에는 성장이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카르스텐 브제스키 ING그룹 이코노미스트는 “10월 산업생산 지표를 감안하면 4분기 경기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술적 경기침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10월 산업생산은 2.6% 감소했다.
프랑스는 국가 신용등급 강등 공포에 떨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주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 가능성을 경고했다.
피치는 “프랑스가 재정적자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예상보다 경제가 더 악화한다면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유로존 위기의 차기 뇌관으로 지목받은 스페인 역시 재정위기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OECD는 지난 달 스페인 경제가 장기 경기후퇴기에 접어들어 빠르게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OECD는 스페인의 국내총생산이 올해 1.3% 위축하고 내년에는 -1.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페인은 지난 2008년 부동산 붕괴로 인해 부실대출이 늘어나 은행권이 무너지면서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스페인은 실업률이 25%를 기록하는 등 실물경제도 고꾸라지고 있다.
유로존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확산하고 있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 8일 내년도 예산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는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탈리아는 2013년 예산안을 크리스마스 휴회 기간 이전에 승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내년 3~4월로 예상됐던 총선은 2월께로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는 총리 사임 후 70일 이내에 총선을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가 추진했던 경제개혁안 이행이 지체되고 유로존 위기 해결을 이끌고 있는 독일과도 마찰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몬티 총리는 지난해 11월 총리 취임 이후 13개월 동안 이탈리아 경제 회복을 위해 각종 경제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인물이어서 그의 사임이 미칠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독일이 오는 2013년 9월 있을 총선을 감안해 역내 위기 해결을 위한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것도 위기 해결의 부담이다.
독일은 총선 이후에나 그리스의 채무 상각 등의 과감한 조치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