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마무리되며 기업들의 4분기 실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전기전자(IT) 업종이 우수한 성과를 내지만, 철강, 유통, 건설 업종은 세계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이후 아직 회복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들 불황업종 안에서도 나름의 생존 비결로 4분기 양호한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종목이 있고 정보기술(IT) 관련주 중에도 시장의 기대치가 점점 줄어드는 종목이 있어 투자자들이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철강ㆍ유통 4분기도 불황 탈출 어렵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철강주들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8.8% 줄어 전 업종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유통주는 0.1%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67.2%로 전기ㆍ전자(86.6%)나 의약품(231.8%)보다는 작았다.
하지만 개별 종목별로 살펴보면 온도 차가 크다. 불황업종 내에도 실적 개선주가 존재하기 마련이어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철강주 내에선 풍산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544억원으로 작년 4분기(10억5천700만원)보다 무려 5,0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하이스코는 4분기 영업이익이 1천208억원으로 예상돼 작년 동기 대비 27.8% 증가하고 동국제강은 179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유통주 중에는 아이엠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5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33.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고, GS리테일은 386억원으로 80.2%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또 LG상사의 영업이익이 작년 4분기 397억원에서 올해 4분기 673억원으로 크게 증가하고, 현대백화점도 4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4.6% 증가한 1천245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업은 대우건설이 작년 4분기 119억원에서 올해 4분기 1천247억원으로 943.7%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GS건설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천11억원, 대림산업은 1천622억원으로 각각 작년 동기 대비 300.5%, 240.1%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도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2천259억원으로 예상돼 작년 동기 대비 48% 개선될 전망이다.
◇ 부진한 업종에서도 잘 나가는 기업 있다
실적 부진 업종 중에도 나름대로의 생존전략을 세워 불황을 잘 견디는 개별 기업들은 있다. GS리테일의 경우 올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386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80.2%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불황에 타격을 적게 받는 편의점 사업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정연우 연구위원은 "GS리테일은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의점 사업에 주력했고 작년과 올해 편의점 수를 계속 늘렸다"며 "지금은 점포수를 늘리는 것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국면이어서 출점 효과를 통한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에는 지난 3분기 실적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4분기에 기저효과를 본 것도 있지만 올해 한파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덕분에 실적이 회복한 것으로 분석됐다. 날씨가 추우면 실내를 찾는 인구가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백화점 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건설도 아직 4분기 불황업종 중 하나로 꼽히는 분야다. 세계 경기가 조금씩 회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건설사의 발주 사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사업 영역을 전 세계 지역으로 넓혀 수주 경쟁력을 갖춘 덕분에 불황에도 양호한 4분기 실적을 낼 수 있었다.
교보증권 조주형 연구원은 "이들 건설사는 다양한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다양한 인프라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며 "4분기 실적 전망이 양호한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중심으로 투자비중을 조절할 것"을 조언했다.
철강도 마찬가지다. 풍산의 경우 철강 업종 전체적으로는 부진하지만 4분기 순이익이 작년 동기대비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KB투자증권 김현태 연구원은 "풍산의 4분기 방산 매출이 2천500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시장 기대치보다 양호한 이익을 달성할 전망"이라며 "4분기 실적 모멘텀을 바탕으로 주가의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IT, 자동차 부문은 우수한 실적이 예상되지만 역시 개별 종목별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삼성SDI는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480억원으로 한달 전 추정치보다 3.6% 감소했다. LG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도 한달 전 2천131억원에서 현재 1천970억원으로 약 7.6%가량 줄었다.
토러스투자증권 김유진 연구원은 "LG전자의 4분기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TV부문 수익성 악화"라며 "경기침체로 TV수요가 부진해 재고처리용 마케팅 비용이 증가해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