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으로 증시를 떠나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자진 상장폐지를 신청한 곳은 모두 5곳에 이른다. 2011년과 2010년 각각 2곳이 자진 상장 폐지를 신청한 데 비해 2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부도, 자본전액잠식 등 경영상 문제가 없음에도 상장폐지를 신청한 곳이 대부분이다.
실적이나 자산에 비해 증시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이 증시를 떠나는 근본적인 이유로 분석된다. 상장회사로서 각종 규제와 공시의무가 많아 비용부담이 크다는 것도 ‘자진 상폐’ 결정의 주요 배경이다. 차라리 비상장사로 전환해 상장유지 비용을 아끼고 소액주주 눈치를 보지 않고 경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코원에너지서비스는 지난해 11월15일 자진 상폐했다. 코원에너지서비스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SK E&S가 의사결정 편의성 등 상장 실익을 따졌을 때 상장폐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상장폐지를 통해 경영 효율을 제고해 종합 에너지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넥스콘테크는 지난해 11월1일 자진 상폐했다. 기업을 상장시키면 자본을 조달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넥스콘테크의 경우 최대주주가 되는 넥스홀딩스의 자본력이 충분한 상황이어서 상장폐지를 통해 경영이 더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태광 계열 티브로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나 팔레스호텔을 운영하는 웨스테이트 등은 실적이나 자산에 비해 시장의 관심이 뒤따라 주지 않은 경우로 분류된다.
티브로드 한빛방송과 티브로드 도봉강북방송은 기존 주식 거래 규모 등으로 볼 때 상장사로 남았을 때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지난해 11월1일 자진 상장폐지했다. 한빛방송의 경우 지난해 6월까지 영업이익이 255억원에 달했지만 주식시장에서 거래량과 주가 모두 지지부진했다.
웨스테이트디벨롭먼트는 역시 지난해 10월12일 자진 상폐했다. 상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회사 차원에서 실익이 없다는 최대주주와 이사회 결정에 따른 결과다. 웨스테이트는 지난해 2분기 매출액 409억여 원에 영업이익 35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미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