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브랜드 알리기 열 올려… 정부 체계적 관리, 지원책 필요
한두 개 동호회에 가입해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찾는 일은 이제 결코 어렵지 않다.
동호회라면 주말마다 주변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차는 나이 지긋한 사람들을 떠올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요즘에는 테니스, 볼링, 배드민턴, 등산 등 비교적 친숙한 분야뿐만 아니라 패러글라이딩, 웨이크보드, 모터스포츠, 암벽 및 빙벽 등반 등 비교적 쉽게 접하기 힘든 분야에서 활동하는 동호인들도 생겨나고 있다. 스포츠 동호인 300만명 시대라는 말이 실감나는 부분이다.
동호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스포츠·레저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스포츠와 관련된 산업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스포츠계와 학계는 물론 산업과 연계시키려는 스포츠용품 업계에서 스포츠 동호인들의 움직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지난해 12월 ‘스포츠산업 비전 제시 포럼’을 열어 국내 스포츠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각계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했다. 당시 김용환 문화부 제2차관은 “여가시간의 증가와 생활체육 활성화로 스포츠 소비 기반이 확대되고 그에 따라 국내 스포츠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문화부가 발간한 ‘2011년 체육백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내 스포츠산업 규모는 33조9339억원에 이른다. 국내총생산(GDP)의 2.89%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는 스포츠와 관련된 연간매출과 소비시장 규모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김 차관의 말과 달리 정부의 스포츠산업에 대한 인식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산업과는 체육진흥과에 흡수되면서 김 차관의 발언과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동호인 스포츠 혹은 스포츠 동호인들을 산업적인 면에서 인식하는 경향은 오히려 스포츠 용품업체 쪽에서 활발하다. 글로벌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 한국지사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러닝교육을 비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전 세계 32개 도시에서 릴레이 형식으로 열리는 ‘나이키 위 런’ 행사를 열기도 했다. ‘나이키 위런 서울 10K’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행사에는 3만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글로벌 스포츠용품 업체 푸마 역시 스포츠 동호인을 위한 행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푸마 코리아 마케팅팀 관계자는 “마라톤과 같은 러닝 동호회를 위한 다양한 행사를 기획 중이며 올해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호인에 대한 후원이 가장 활발한 곳은 아웃도어 쪽이다. 종합 아웃도어 브랜드 K2의 마케팅팀 오선정 주임은 “현실적으로 특정 동호회를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직접적으로 동호회를 지원하진 않지만 매장을 방문해 신청하는 사람들에게 산행을 위한 25인승 리무진 버스를 일반 비용에 비해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대여해 주고 있다. 직접적인 브랜드 홍보는 아니지만 호응이 좋고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종합 아웃도어 브랜드 살레와는 특히 스포츠 클라이밍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경북 구미에서 열린 전국스포츠클라이밍 대회를 후원하며 선수복을 지원했다. 한 달 뒤인 7월에는 경북 청송군에서 열린 청송 썸머 드라이툴링 대회에 협찬사로 참여하기도 했다. 트라이툴링은 암벽·빙벽·설벽 등 혼합 구간을 오르는 등반 기술로 청송군 부동면 얼음골 인공폭포 옆에 세트장을 설치해 대회를 치렀다. 살레와는 이 같은 대회의 후원과 협찬을 통해 클라이밍 스포츠 부문에서 인지도를 확실하게 쌓고 있다.
프로 스포츠뿐만 아니라 동호인 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산업 역시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자연히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다각적인 접근 노력도 꾸준하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시작한 모임이지만, 규모가 커지고 동호회 형식으로 발전하게 되면 더 이상 개인적인 친목만으로는 운영되기 힘들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관련단체가 단순히 포럼을 개최해 각계의 목소리만 듣고 끝내서는 안 될 것이다. 적어도 이를 전체적으로 총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부서라도 있어야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