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에너지 셰일가스]세계 에너지 지도가 바뀐다

입력 2013-02-1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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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러시아 제치고 천연가스 생산 1위… 세계 최대 매장국 중국도 본격 개발 시동

에너지 산업의 혁명, ‘셰일가스’에 대해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단위 생산비용이 기존 에너지원의 50~60%에 불과한 셰일가스는 각국의 에너지 산업정책과 맞물리며 폭발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가 예상되고 있다.

가장 가시화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곳은 바로 미국이다. 몇년 전까지 미국은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수입국이 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셰일가스 덕분에 2009년부터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제1의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등극했다. 여기에 2011년 5월 미국 에너지부(DOE)가 40년 만에 처음으로 셰일가스를 포함한 천연가스 수출을 허가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미국 천연가스 생산량은 1970년대 초반을 정점으로 크게 감소했으나, 1980년대 중반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후 최근에는 셰일가스의 생산 증대로 1973년 고점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은 2016년에 연간 4320만톤으로 예상되며, 이는 2010년 세계 LNG 수입량의 15%에 이르는 규모다.

미국은 2011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하루 50만 배럴의 석유 정제제품을 수입했다. 그러나 셰일가스 효과로 오는 2020년에는 세계 4위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셰일가스 효과는 미국의 산업 부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800년대 산업혁명과 1929년 대공황은 에너지원이 바뀌는 시기에 발생했다. 이 때문에 셰일가스 혁명에 대한 미국 에너지 관계자들의 기대감은 매우 커서 “1859년 펜실베이니아 유전 발견 이래 최대의 사건”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셰일가스 생산으로 현재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국제 가격의 7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 결과 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산업용 전기 요금도 주요국과 비교해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도 천연가스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에너지를 다량 소비하는 제조업 부문에서 미국의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전망이다.

제조업의 부활로 미국 경제는 고용·투자·수출·해외자본 유입 등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 제조업의 단위 노동비용은 지난 2002~2010년에 10.8% 하락했다. 반면,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는 40% 이상 증가했고, 영국과 한국은 10% 이상 각각 늘었다.

오바마 정부는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태양광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고용창출과 대체에너지 육성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혁명으로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고도 에너지 비용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게 됨에 따라 주 정부의 셰일가스 개발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추산에 따르면 셰일가스의 전 세계 매장량은 6622Tcf(Tcf=1조ft³)로 전통적 천연가스 매장량인 6609Tcf보다 많다. 특히 석유나 가스가 주로 러시아와 중동에 매장돼 있는 것과 달리 셰일가스는 세계 각지에 널리 분포해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1275Tcf로 가장 많고 이어 미국 862Tcf, 아르헨티나 774Tcf, 멕시코 681Tcf 순이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셰일가스에 주목하는 이유다.

중국은 새로운 에너지 개발 전략의 일환으로 올해 128억 위안(약 2조1000억원)을 들여 셰일가스 탐사에 나서기로 했다. 중국 국토자원부는 최근 16개 업체에 19개 광구의 셰일가스 탐사권을 부여했으며, 업체들도 셰일가스 탐사와 개발에 적극 투자하겠다며 정부에 화답했다.

중국에게 셰일가스의 의미는 크다. 전 세계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면서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이 됐지만 자국 내 에너지 생산이 부족해 석유의 경우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미국과의 협력이다. 중국은 2010년 5월 미국과 ‘셰일가스 자원 태스크포스 협정’을 체결하는 등 미국의 기술을 획득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2011년에는 중국 CNPC와 쉘(Shell)이, 그리고 중국 SINOPEC과 엑손모빌이 각각 공동연구개발 협정을 맺었다.

반면, 세계 최대의 에너지 자원 수출국인 러시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러시아는 국가 총 수입의 60% 가량을 에너지 수출로 벌어들인다. 특히 최대 수출품인 천연가스의 가격 하락과 판매 감소는 재앙 수준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지난 1월 동아시아 가스 공급을 위한 한·북·러 3자 경제 프로젝트를 빨리 성사시켜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또 유럽은 셰일가스로 때 아닌 석탄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내 발전소들이 셰일가스를 이용하면서 석탄의 국제 가격이 30% 가량 낮아지자, 유럽 각국은 69개에 달하는 석탄발전소 설립을 신청했다. 러시아 천연가스의 경우 장거리 가스관의 설치 비용이 필요해 미국보다 3배 가량 비싸게 구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환경이다. 석탄을 대안으로 선택했지만, 오는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80%(1990년 기준)로 줄이겠다는 EU(유럽연합)의 탄소배출 감소 정책에 따라 유럽 각국은 골머리를 썩일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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