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모 취역ㆍ이지스함 영해 배치… 유인잠수정 실험ㆍ심해기지 건설 등 탐사 박차
시진핑 시대에 접어들면서 중국이 해양굴기(海洋堀起, 바다를 통한 선진국 도약) 전략을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해 11월 열린 제18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중국은 단호히 바다에서의 권리와 이익을 지켜 해양강국이 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해양굴기’를 시진핑시대 공산당의 핵심 아젠다로 잡은 것이다.
시진핑 당 총서기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정치국 집단학습에서 “중국은 평화적 발전을 추구하나 국가 핵심이익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나라도 우리가 핵심이익을 놓고 거래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만과 신장, 티베트는 물론 댜오위다오(중국명 센카쿠)와 남중국해 등 최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해양영토가 시진핑이 가리킨 핵심이익에 포함됐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 10여년 간 항공모함 취역과 심해잠수정 탐사활동 등 군과 민간을 막론하고 바다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해왔다는 평가다.
지난해 구소련의 미완성 항공모함을 개조한 랴오닝호의 취역으로 중국은 세계 10번째 항모 보유국이 됐다.
중국 해군은 지난해 11월 함재기인 ‘젠-15’의 항모 이착륙 비행에 성공했고 북해와 남해·동해 함대에 각각 중국형 이지스함인 ‘052C형 구축함’을 배치하는 등 대양해군의 길을 착실히 밟고 있다.
중국은 19세기 청일전쟁에서 패해 아시아의 제해권을 일본에 내준 뒤 다시 개혁개방을 거쳐 바다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오룽호는 지난해 6월 7062m 잠수에 성공해 유인잠수정 최저 심해 잠수 기록을 경신했다. 잠수정이 7000m 이상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은 전 세계 바다의 99.8%를 탐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국가해양국은 산둥성 칭다오 인근 지모시에 심해탐사기지를 설치한다. 이 기지는 오는 5월 착공해 내년 말부터 자원탐사와 군사 작전 등에 필요한 해저지도를 제작하거나 자오룽호 등 심해 관측설비 등이 정박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예정이다.
‘해양굴기’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중시’전략과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주요 2국(G2)이 해양패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해 6월 “오는 2020년까지 미국 해군력의 60%를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배치할 것”이라고 밝히고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의 일본 통치권을 일방적으로 침해하는 어떤 행위에도 반대한다”고 말한 것은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바다는 각종 상품의 교역 통로 역할을 하며 풍부한 광물과 에너지 자원이 있어 전략적 가치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국으로 올라선 자신감을 바탕으로 바다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평가다.
글로벌 물동량의 90%가 바다를 통해 이뤄진다. 특히 남중국해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생산한 석유를 중국으로 실어 나르는 주요 운송루트다.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으로서는 이 뱃길을 장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남중국해에 170억t의 석유와 14조㎥에 이르는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동중국해에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열 배에 이르는 막대한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