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장 실·국장 인사에 손 놓은 세종청사

입력 2013-04-1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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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부서인 기획재정부 실·국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전체 부처 인사까지 늦어지고 있다. 인사가 늦어지다 보니 현재 실·국장들은 다른 부서로 떠나갈 사람들이어서 책임지는 일을 하지 않는 아르바이트 실·국장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세종정부청사 A 공무원

“책임장관제를 한다고 해 놓고 실제 실·국장 인사를 청와대가 직접 챙기고 있어 인사가 더 늦어지는 것 같다. 인사가 늦어질수록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부처 인사가 마무리 져야 된다.”-세종정부청사 B 공무원

세종정부청사가 고위공무원인 실·국장 인사지연으로 어수선하다. 공무원 3~4명이 모이면 인사 얘기를 할 정도로 일에 손 놓은 채 실·국장 하마평만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0일 현재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된 지 20일이 다 돼가지만 1차관과 2차관만 결정됐을 뿐 차관보를 비롯해 실·국장 인사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재부 6명의 1급자리 중 4자리가 비어 있는데다 현재 자리를 지키는 실·국장들도 바뀔 가능성이 커 책임질 수 있는 일은 뒤로 밀린 상태다.

일이 제대로 되지 않자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현재 실·국장들을 ‘알바 실·국장’으로 부를 만큼 업무 공백이 큰 상태다. 실제 장·차관들은 각종 회의와 청와대를 비롯해 국회 호출로 거의 세종청사에 머무는 시간이 별로 없어 실제 업무 처리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업무 공백이 기재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부처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해양수산부는 장관도 임명되지 못한 상태여서 실·국장은 물론 정책관 모두 공석인데다 아직 부서 공사도 끝나지 않은 곳도 있어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인사지연은 정부부처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처에서 산하기관으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아 산하기관도 인사에 손 놓고 있다.

세종청사 한 공무원은 “청와대가 고위공무원들의 인사까지 일일이 개입하면서 인사가 더 지연되는 것 같다”며 “힘 있는 기재부 인사가 끝나야 자리 잃은 기재부 공무원들이 다른 부처나 산하기관으로 내려갈 자리를 비워야 하기 때문에 타 부처도 인사가 지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처 한 공무원은 “정권 초기 정책이라는 게 하루나 일주일로 끊어서 하는 일보다 연속성을 갖고 첫 드라이브를 거는 일이 많다”며 “당장 이번주 안에라도 인사가 나면 내 손을 떠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아무래도 손에 덜 잡히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정부 부처 인사지연에 대해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준비된 대통령인지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짧은 인재풀과 청와대의 과도한 개입과 업무처리 미숙으로 이번 인사지연 사태로 말미암은 업무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강조했던 책임장관제를 오히려 청와대에서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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