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노동절 123주년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는 노동절 시위가 벌어졌다. 전세계 집회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임금 현실화 등 노동조건 개선을 외쳤다.
지난달 24일 의류공장이 붕괴해 400여명 이상이 사망하는 참사가 있었던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는 경찰 추산 2만여명이 거리로 나섰다. 방글라데시 의류노동자연맹(BTGWL) 등 집회 참가자들은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붕괴 위험을 알고도 작업을 강요한 공장 건물주를 사형에 처하라”고 외쳤다.
일본노동조합총연합은 전국 각지에서 집회를 열고 ‘돈을 풀어 경제를 띄우는’ 아베노믹스에서 소외된 일반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주최측 추산 2만1000여명이 모인 도쿄 집회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35%를 넘는 현실을 비판하며 고용안정 보장, 과중한 노동 근절 등의 요구 사항을 담은 노동절 선언이 채택됐다.
홍콩에서는 한 달 넘게 파업 중인 콰이칭 화물터미널 노동자들의 투쟁에 2600여명이 힘을 보탰다. 콰이칭 항만 노동자들은 15년 동안 임금이 단 한 차례밖에 인상되지 않았다며 운영사인 홍콩국제터미널(HIT)에 임금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 위기가 지속되는 유럽에서는 집회가 더욱 격렬했다.
그리스 노동자총연맹(GSEE)과 공공노조연맹(ADEDY) 등 그리스 양대 노총은 긴축 정책에 항의하는 24시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 4000여명은 아테네 도심 신타그마광장에 모여 구제금융 이행조건 개정 법안에 항의했다.
스페인 최대 노조인 노조연맹(CCOO)과 노동총동맹(UGT)은 전국적으로 수만명이 참여한 시위를 주도했다. 이들은 실업률이 27%를 넘어선 상황인데도 정부 정책은 너무 미흡하다고 비판했고, EU와 국제통화기금(IMF) 등 채권단이 과도한 긴축을 요구해 노동자들의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터키 수도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는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의 충돌이 일어났다. 탁심 광장은 1977년 노동절 집회 때 극우단체 활동가가 근처 건물에서 집회 참여자를 향해 난사해 34명이 숨진 사건이 일어난 이후 터키 노동절 집회의 상징이 된 곳이다.
그러나 터키 정부는 광장을 보수한다는 이유로 올해 집회 개최를 금지했고, 노동자 수백명이 광장에 모여들자 경찰은 인근 도로를 봉쇄하고 최루가스와 물대포 등을 동원해 진압했다.
러시아에서도 모스크바에서 노조 추산 최대 7만명의 인파가 대규모 거리집회를 벌이는 등대규모 행사가 벌어졌다. 러시아 독립노조연합은 러시아 전역에서 200만명 이상이 노동절 집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미국 칠레 등 전세계에서 노동자들의 집회가 있었다. 우리나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기념행사를 열고 1만5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함께 살자! 최저임금 인상”,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 등의 구호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