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0~5세 무상보육, 영유아보육법 법사위 계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4대 중증질환 보장,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 등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관련한 민생 복지 현안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국민 건강을 제고하자는 데 여야가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문제는 막대한 소요 재원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31일 공약가계부를 발표하고 2017년까지 향후 5년간 3조30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되는 의료보장성 강화 계획을 수립했다.
보건복지위 하편에서는 4대 중증질환 의료보장성 강화 및 기초노령연금 문제, 6개월째 법사위에 계류 중인 영유아보육법에 대해 살펴본다.
◇4대 중증질환 전액보장에서 공약 후퇴? = 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암·심장질환·뇌혈관질환·희귀난치성질환 등 4대 중증질환의 요양급여 범위·상한 등 기준에 제한을 두지 않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4대 중증질환에 대한 의료비를 건강보험에서 100% 보장토록 해 가계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4대 중증질환 전액보장과 더불어 3대 비급여의 급여화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새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 수립과정에서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가 제외되자 야당 측은 대선공약의 후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4대 중증질환 보장에서 환자의 부담이 큰 비급여 항목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속 빈 강정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김용익 의원은 “비급여 부분을 보장에서 제외하면 지금보다 나아지는 게 별로 없다”고 지적한 뒤 “박 대통령의 공약을 그대로 집행할 수 있게 비급여 부분을 보장하는 건강보험개정안을 내 이름으로 발의했으며 새누리당이 찬성할지 두고보겠다”고 말했다.
반면 재원 마련 가능성과 경제성장률 등을 현실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수립하자는 입장도 있다. 강봉균 전 재경부 장관은 최근 새누리당 원내대책위원회 워크숍에 참가해 “4대 중증질환처럼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복지프로그램은 경제성장률이 회복되는 시점부터 보편적 복지로 가고 그 이전에는 소득이 낮은 계층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도 본인부담금을 전액 면제하는 것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본인부담금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유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존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 역시 “4대 중증질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은 하지만 현행 행위별수가제에서 급여 범위 및 상한은 제한하지 않을 경우 과잉진료로 인한 불필요한 재정 소요 및 국민건강 위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만 0~5세 무상보육’의 법사위 통과 가능성은? = 여야의 대표적 대선 공통 공약인 ‘만 0~5세 무상보육’도 뜨거운 감자다. 영유아보육료 지원에 대한 국고비율을 20%포인트씩 높이는 취지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보건복지위를 만장일치로 통과했지만 법사위에 7개월째 계류 중이다.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상임위에서 만장일치로 합의 처리된 법안이 전임 보건복지부 장관의 반대로 법사위에 발목이 잡혀 있다”며 “법사위에 계류돼 있으면 정부의 의지에 대해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보건복지위 소속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도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매우 중요한 대선공약이기 때문에 지방과 중앙 매칭 부분에 대해 지방정부와 다시 논의하든지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6월 임시국회에서도 법사위 통과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올 9월 무상보육 대란이 올 것이라며 연일 이 법의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고 보조율을 올리는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정부는 연간 1조4000억원가량의 재원을 더 투입해야 해 ‘증세 없는 복지’를 외치는 박근혜 정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진영 복지부 장관은 지난 4월 업무보고를 통해 “기재부의 반대 의견이 있어 지체되는 것 같다”고 해결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 통합 두고 갑론을박 = 애초 박 대통령의 공약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모두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일괄적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수위 시절부터 제도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계속됐고 결국 국민연금과 소득 정도에 따라 4만~20만원까지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 8월까지 국민행복연금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친 후 내년 상반기 하위 입법을 완료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현행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재편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문제를 보완하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리 운영을 효율화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지만 공적부조 성격인 기초노령연금과 사회보험 성격을 가진 국민연금을 통합 운영함으로써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주승용 의원은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에 통합하는 방안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더욱 커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출산·고령화 현실에서 시스템만 통합하고 운영은 따로 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과연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주 의원은 또 “(제도 운영에 있어) 정부안의 결정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여론을 수렴해 세대 간 갈등으로 인해 국민행복연금이 국민불만연금이 되지 않도록 정교하고 세심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건복지위 소속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국민행복위원회는 사회적 합의 기구를 표방하지만 위원 선임 자체에 있어 전문성도 없고 대표성도 결여됐다”고 비판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지향하는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사회적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인 유재중 새누리당 의원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복지공약 후퇴라는 비판에 대해 “후퇴라기보다 제도 도입의 효율화라고 본다”며 “노후연금이 더 많이 필요한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에 지원을 가하는 방향으로 연금제도가 개선돼야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고, 제도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