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4명이 추가로 공개됐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부도로 수백억 원의 손실을 끼친 SSCP의 대표부터 매출 3000억 원 이상의 강소기업 씨에스윈드 대표도 포함됐다.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13일 페이퍼 컴퍼니 설립자 6차 명단을 발표했다. 이 중에는 △오정현 SSCP 대표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 △김기홍 노브랜드 회장 △박효상 갑을오토텍·동국실업 대표 등이 포함됐다. 지난해 9월 부도를 맞은 SSCP의 오정현 사장도 이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SSCP는 전자제품 코팅소재와 디스플레이용 핵심 소재 분야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던 업체다.
오 사장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오리엔탈 스타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 △달라스 커머셜 리미티드 △탈렌트 벤쳐 캐피탈 리미티드 △노스 스타 스트레티직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 등 4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오 사장은 창업주인 아버지 오주언 회장에 이어 지난 2002년부터 SSCP의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본격적인 회사 경영에 나섰다. 경영권 계승 이후 그는 페이퍼 컴퍼니를 무더기로 만들었다. 무리한 신규사업 추진 등으로 경영이 악화되자 오 사장은 2011년 주력 사업인 코팅사업부 등을 매각해 1400억 원을 마련했으나 재무구조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SSCP의 부도 이후 법원에서 실시한 회계 감사 자료에 따르면 당시 매각 대금 1400여 억 원 중 410억 원 가량을 오 전 대표가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 오 대표는 배임과 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세계 풍력타워 시장 점유율 1위, 연 매출 3000억 원 이상의 강소기업인 씨에스윈드의 김성권 회장도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회장은 2008년 2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에보니골드 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그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기 한 달 전에 골드만삭스 사모펀드로부터 472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받았다. 이후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자신이 사망할 경우 아들이 회사의 모든 권리를 승계할 수 있도록 작업했다.
김 회장은 “해외 사업을 하다 보니 그런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투자를 한 회사 쪽 사람이 제안을 해서 만들기는 했지만 거래는 전혀 하지 않았다”며 “아들이 주주로 등재돼 있는 것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김기홍 노브랜드 회장 또한 총 4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브랜드는 DKNY, GAP, ZARA 등 유명 패션 브랜드에 의류를 납품하는 중견기업이다. 김 회장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2006년 9월 ‘제이드 크라운 그룹’ △2007년 10월 ‘윈 하베스트 컨설턴츠’ △2008년 4월 ‘아크랩 플래닝’을 설립하고, △영국령 채널제도 저지섬에 2003년 9월 ‘윈넷 홀딩스’를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관해 노브랜드 측은 “김 회장이 ‘페이퍼 컴퍼니의 존재는 인정하나 사업상 필요에 의해 설립했을 뿐 사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효상 갑을오토텍ㆍ동국실업 대표는 2007년 11월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아트 그레이스 트레이딩’의 실소유주로 드러났다. 갑을오토텍은 갑을그룹의 주력 기업으로 급부상 중인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로 동국실업은 그룹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핵심기업이다. 박 대표는 차명 이사와 주주를 사용하는 비용으로 연 1100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 관계자는 “(해당 페이퍼 컴퍼니는)오래 전에 설립된 것이라며 이미 사용하지 않고 폐기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