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을 끄다가 소방관 19명이 숨져 미 전역이 슬픔에 잠겼다.
애리조나주 삼림국의 아트 모리슨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핫샷'(Hotshot) 소방관 19명이 지난달 30일 오후 화재진압 현장에서 빠르게 번진 불길 속에 갇혀 모두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사망한 소방관들은 애리조나주 프레스콧 산불 진화 특수 소방대 소속이다. 이들은 험준한 산악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을 잡는 특수 훈련을 받은 소방관들로, 전체 대원 20명 가운데 19명이 이번에 모두 숨졌다.
애리조나주 프레스콧 소방서 청사에는 이들을 애도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추모객들이 가져온 꽃바구니와 성조기가 이들의 영정사진 앞에 산더미처럼 쌓였을 정도.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소방관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그들은 영웅이었다"며 "이름도 모를 동료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자 자신을 돌보지 않고 위험 속에 뛰어들었다"고 애도했다.
애리조나주 존 매케인 연방 상원의원(공화)도 성명을 내 "이번 참사는 소방관들이 우리를 위해 매일 짊어져야 하는 커다란 위험을 다시금 상기시킨다"며 "그들의 희생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산불은 지난달 28일 애리조나주 중부에 위치한 야바파이 카운티 내 야넬 마을의 야산에서 시작돼 현재까지 8.1㎢(축구장 1100여개 크기)에 걸쳐 피해를 입혔다. 야넬 마을에서는 전체 가옥의 절반 가량인 200채 이상이 소실됐고, 인근 주민 총 1000여 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주(州) 고속도로인 '루트(Route) 89'도 일부 폐쇄됐다.
이번 화재는 낙뢰로 야산에 불이 붙으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폭염으로 나무가 건조해진 데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불길이 더 빠르게 번진 것.
소방당국은 소방관 300여 명과 헬기 등을 동원해 진화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고온 건조한 날씨와 바람 탓에 불길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