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베, 과거 반성하고 미래 얘기하라- 조정은 국제경제부 기자

입력 2013-08-2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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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위(涇渭) 없다’는 말이 있다. 사리의 옳고 그름이나 이러하고 저러함에 대한 분별이 없다는 의미다. 지금 일본이 딱 그렇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한·일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19일 이병기 주일대사와 만찬을 겸해 가진 회동에서 G20 회의를 포함해 가을에 열리는 다자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이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전쟁범죄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고 있는 일본의 이 같은 행보는 한·일 관계 개선의 탐색전에 불과하다.

21일 외신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사진이 실렸다. 메르켈 총리가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다하우 나치 강제수용소 추모관을 공식 방문해 고개를 숙이고 헌화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독일인 대부분이 당시 대학살에 눈을 감았고 나치 희생자들을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슬프고 부끄럽다”고 했다.

총리뿐만 아니라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도 9월 3∼5일 프랑스를 방문해 나치가 대학살을 저질렀던 리무쟁 지방의 마을인 오라두르쉬르글란을 찾아 사죄할 계획이란다.

메르켈 총리는 극우주의자인 네오나치 집단을 공식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특히 과거 나치 희생자들에게 사과하고 과거의 잘못된 역사에서 현재와 미래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어떤가. 아베 신조 총리는 종전기념일인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공물 봉납이라는 꼼수를 썼다. 전몰사 추도사에서는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피해를 본 아시아 국가 국민에 대해 사과도 없었다.

일본 극우주의는 아베가 정권을 잡은 이후 고조되고 있다. 하시모토 오사카 유신회 대표의 위안부 왜곡 발언에 이어 아베 총리는 현행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이 전쟁을 가능토록 하겠단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정상회담이라니. 아베에게 무슨 배짱인지 묻고 싶다. 과거가 없는 미래는 없다. 아베는 역사를 반성하고 사과한 뒤 미래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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