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국회가 문을 열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고세율인 38%를 적용받는 종합소득 과세표준 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천만원으로 낮추자는 의견에 이어 5억원 초과분에 대해 세율 45% 구간을 신설하자는 강경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5일 국회에 따르면 민병두 등 민주당 의원 10명은 세율 45%가 적용되는 5억원 초과의 구간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9월 정기국회 개원 직후 공동 발의했다.
이 법률안은 현행 세율 35%가 적용되는 8천800만~3억원 이하 구간을 8천800만~1억5천만원으로, 38%가 적용되는 3억원 초과 구간을 1억5천만~5억원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5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인 45%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 법안은 기존 최고 세율인 38%를 45%로 높이고 해당 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5억원 초과로 올려 속칭 '슈퍼부자 증세안'으로 불리고 있다.
총급여 4천500만원 초과분에 대한 근로소득 공제율을 현행 일괄 5%에서 총급여 1억~1억5천만원은 3%, 총급여 1억5천만원 초과분은 1%로 축소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현행 소득세법상으로 3억5천여만원을 세금으로 내던 과세표준 10억원 소득자의 경우, 이 법안이 적용되면 4억원 가량을 납부해야 한다.
민병두 의원은 "유리지갑인 급여 생활자에게만 세금을 더 걷을 것이 아니라 상위 0.01%인 고소득자에게도 연대세를 부과하는 것이 옳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최고세율이 45% 이상인 나라는 영국과 프랑스, 이스라엘, 호주 등 10개국에 달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세율 인상은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 법 개정안은 기존에 민주당이 제시한 고소득자 증세안 중에서도 가장 강력해 논란이 예상된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세율 45%에 지방소득세 10%를 추가하면 49.5%가 되는데 결국 급여의 절반을 세금으로 가져가면 납세자의 심리적인 마지노선을 넘어갈 수 있다"면서 "지나친 세금은 또 다른 조세회피를 낳거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만큼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과표구간을 낮추는 방식의 고소득자 증세 방안도 제시하고 있어 추후 상당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월 이용섭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0명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최고세율 38%를 적용받는 종합소득 과세표준 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천만원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해 9월 안민석 등 민주당 의원 10명이 내놓은 소득세법 개정안은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구간을 3억원 초과에서 1억2천만원 초과로 낮추고 해당 구간 세율을 38%에서 42%로 올리는 내용이다.
정부와 여당은 고소득자에 대한 직접적인 증세에 대해 찬성하지 않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기존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고소득자의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추가적인 부담을 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38% 세율을 부과하는 3억원 초과 최고 소득세율 구간을 신설한 것이 2012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도 시행에 따른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고소득자 증세안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