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삽화 방민준(골프칼럼니스트)
“골프의 스윙은 지문과 같아서 사람마다 다르다.” 미국의 프로골퍼 제임스 로버트가 한 말이다. 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듯 골프의 스윙도 사람마다 결코 같을 수 없음을 설파한 명언이다.
사람마다 스윙이 다를 뿐만 아니라 같은 사람이라도 상황에 따라 스윙은 달라진다. 똑같은 샷의 완벽한 재현은 꿈일 뿐이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다시 손을 씻을 수 없듯 완벽하게 같은 샷을 재현할 수 없다. 다만 비슷한 샷을 날릴 수 있을 뿐이다.
골프의 샷은 페이드나 드로우, 낮은 탄도나 높은 탄도, 백스핀 정도를 조절하는 샷 등 기술적인 것을 논외로 하면 다음의 세 가지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마음으로 날리는 샷, 몸으로 날리는 샷, 클럽으로 날리는 샷.
골프를 배우면서 가장 먼저 터득하는 게 몸으로 날리는 샷이다. 골프 선배나 레슨코치는 골프 걸음마를 하는 사람에게 그립 잡는 법, 스탠스 취하는 법, 그리고 아주 초보적인 그러나 평생 골프의 기본이 되는 스윙 동작을 가르친다. 처음 골프를 배우는 사람은 골프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에 시키는 대로 몸을 움직여 골프에서 요구되는 동작을 취한다. 이때 날리는 샷이 몸으로 날리는 샷이다.
인내심을 갖고 몸으로 날리는 샷을 제대로 터득하면 좋으련만 대부분은 몸으로 날리는 샷을 제대로 터득하기도 전에 마음으로 날리는 샷으로 넘어가는 우를 범한다. 7번 아이언으로 하프 스윙하는데 싫증을 느낀 나머지 남들처럼 익히지도 않은 풀 스윙을 하거나 롱 아이언이나 드라이버를 휘두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독학파라면 몸으로 날리는 샷과 마음으로 날리는 샷을 동시에 배운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골프를 배우는 사람의 80% 정도가 범하는 우다.
샷의 질로 따지면 마음으로 날리는 샷이 가장 아래다. 몸으로 날리는 샷은 제대로만 익히면 좋은 신체조건을 십분 활용하면서 일정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의 샷은 종잡을 수 없다. 남들보다 좋은 샷을 날리겠다고 욕심내는 순간, 지난 홀의 미스 샷을 만회하겠다고 다짐하는 순간 정상적인 샷은 실종되고 만다. 마음이란 한순간에도 온갖 잡념을 불러일으키는 요물이다. 겁먹거나 욕심을 내고 다짐하고 이를 갈수록 스윙은 경직되고 흐트러지고 만다.
마인드 컨트롤을 거론하지만 애초에 마음은 제어 대상이 아니다. 마음이란 아무도 못 말리는 망나니다. 잡히지도 않고(untouchable), 통제할 수도 없다(uncontrollable).
최상의 샷은 클럽으로 날리는 샷이다. 클럽은 각기 다른 로프트와 길이, 무게로 일정한 비거리와 탄도, 방향성을 실현하도록 설계제작되었다. 각 클럽이 갖고 있는 속성이 자연스럽게 발휘되도록 하는 샷이 바로 클럽으로 날리는 샷이다. 올바른 스윙을 터득한 몸은 클럽이 스윙 궤도를 내달리며 샷을 날리는 데 도구 역할을 할 뿐이다.
나머지 말썽꾸러기 마음이 끼어들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샷을 날릴 수 있을 정도의 연습량과 마음을 투명하게 비우는 자기수련에 달려 있다. 나는 과연 어떤 종류의 샷을 날리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