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이름 변경… 이유 있었네

입력 2013-09-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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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지역 명칭 들어가고 2000년 들어 외래어로 변경했지만 불만… 이젠 우리말·쉬운 이름 인기

‘남제주→제주다이너스티→해비치’.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해비치컨트리클럽의 골프장 이름 변천사다. 첫 개장 때는 지역 이름을 딴 남제주로 지었다가 영문과 지역 이름을 조합해 제주다이너스티로 변경했고,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하면서 해비치라는 이름으로 바꿔 운영하고 있다.

해비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골프장 브랜드로 자칫 외래어처럼 들릴 수 있지만 순수 한글 이름이다. 현대차그룹의 해비치는 제주도와 경기 남양주에 2개의 해비치 골프장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골프장 이름은 사회적 분위기나 트렌드에 따라 변경되곤 한다. 따라서 같은 골프장을 놓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회장 박정호)가 회원사의 골프장 이름 변경정보를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이유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자료에 따르면 268개 회원사 골프장 중 무려 100개의 골프장이 한 차례 이상 이름을 변경했다. 세종 전의면의 세종에머슨은 미송→이글→엑스포→프레야충남→IMG내셔널→에머슨내셔널을 거쳐 지난해 7월 세종에머슨으로 변경, 무려 7차례나 이름이 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거에는 해당 지역 이름을 딴 골프장이 대부분이었다. 지역을 대표한다는 인식과 쉽게 기억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서울한양, 부산, 대구, 광주 등으로, 그중에서도 뉴서울, 남서울, 서서울 등 서울을 골프장 이름에 활용한 곳이 가장 많다.

지역 이름이 대부분이던 골프장 명칭은 골프 대중화 붐을 타기 시작한 2000년을 기점으로 외래어나 외래어와 지역 이름을 조합한 골프장이 크게 늘었다. 골프장 이름에 자주 등장하는 외래어는 힐스, 밸리, 스카이, 레이크 등으로 레이크힐스, 우정힐스, 파인힐스, 서원밸리, 이스트밸리, 진양밸리 등이다.

이 같은 외래어 이름에는 세계화 추세에 맞춰 세계적 명문 클럽다운 이미지를 지향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러나 외래어 이름이 난무하면서 골퍼들의 불만은 커졌다.

파인힐스(전남 순천)와 파미힐스(경북 칠곡), 캐슬파인(경기 여주)과 캐슬렉스(경기 하남) 등 비슷한 이름의 속출과 스마트KU골프파빌리온(경기 파주), 사우스 케이프 오너스(경남 남해) 등 수차례 들어도 기억하기 쉽지 않은 난해한 이름들 때문이다.

회원권 가치 하락과 입회금 반환 대란으로 직격탄을 맞은 2000년대 중후반에는 대기업의 골프장 인수합병이 본격화됐다. 대기업들이 골프장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골프장 이름도 브랜드화됐다. 삼성그룹의 베네스트는 부산 금정구(동래)와 경기 안성가평에서 운영 중이고, 롯데그룹의 롯데스카이힐은 제주 서귀포, 경남 김해, 경북 성주, 충남 부여에서 운영하고 있다. GS그룹의 엘리시안은 제주와 강원 춘천(강촌), 태영그룹의 블루원은 경북 경주(보문), 경기 용인, 경북 상주 등 3곳에서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순수 우리말과 쉬운 이름을 지향하는 골프장도 눈에 띈다. 현대차그룹의 해비치(해가 비치는 곳), CJ그룹의 해슬리는 해승리(해가 솟는 마을)를 발음하기 쉽게 고친 이름이다. 그 밖에도 솔모로(경기 여주), 푸른솔(전남 장성), 우리들(제주 서귀포), 아름다운(충남 아산), 꽃담(경북 군위) 등도 순수 우리말이거나 우리말을 접목시킨 골프장이다.

의미에 상관없이 발음이 쉽고 기억하기 좋은 이름을 도입한 골프장도 있다. 아난티 클럽서울(경기 여주)의 아난티는 외래어 같지만 아무런 의미 없이 만들어진 이름이다. 이만규 에머슨퍼시픽 대표는 “난해한 이름은 회원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가장 쉽게 발음하고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을 짓기 위해 아무런 뜻도 없는 아난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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