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해도 빈곤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사회에서 이를 끊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워킹푸어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점점 사라져 가는 중산층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중산층은 사회적·경제적으로 허리 역할을 수행하며 지속적 발전을 위한 공공성과 혁신성에 큰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한국의 중산층은 붕괴 직전이다. 2일 삼성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기준 한국의 중산층은 전체 가구의 55.5%에 그쳤다. 중위소득 75~125%를 차지하는 핵심 중산층의 비중은 지난 6년간 3.4%나 줄어들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중산층을 70%까지 올리겠다고 내세웠다. 내년 10월 예정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안 역시 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해 중산층을 두텁게 하겠다는 의도다.
지난 8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2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작성한 ‘중산층 복원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중산층 비중이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빈곤층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발표했다. 중산층 비중이 줄어드는 이유로 △빈부격차의 심화 △노인가구와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 △교육 불평등 △취약한 사회안전망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자리 창출과 분배 개선, 빈곤 완화, 사회적 이동성 제고 등을 함께 이뤄 중산층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와 고용, 복지, 교육 정책을 통한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정책 방향으로는 ‘고용기반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근로장려세제(EITC) 정비·확대 등을 통해 근로취약계층에 대한 고용 지원을 강화하고 시간제 일자리와 IT를 결합한 고용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이와 관련해 유경준 KDI 선임연구위원은 “워킹푸어 해결책으로 최저임금제도보다는 EITC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2008년 도입한 근로장려세제는 중산·서민층의 생활안정을 지원하며 저소득 근로자의 근로를 유인하고 실질소득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다.
그는 “최저임금만으로는 빈곤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이 반드시 가난한 사람은 아니며 최저임금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제도가 영세 사업장에서의 고용을 줄일 가능성이 높고 최저임금을 올려도 빈곤 감소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 그는 일자리가 외국인 근로자로 쉽게 대체되거나 불법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유 연구위원은 “일을 하지만 가난한 사람에게 정부가 먹고살 수 있게끔 지원해주는 근로장려세제가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보고서는 보육시설 확충, 정년 연장 등을 통해 여성·노인층 일자리를 지원하고, 마이스터고 등에서 시행 중인 ‘선취업 후진학제도’를 일반계 고교에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꼽았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줄이고 기초연금제도나 주택연금 등을 통한 노후 빈곤 대책을 세우는 등의 사회안전망 확충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