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는 ‘문책성’, ‘3세 경영’, ‘전문경영인’
총수 경영공백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한 CJ그룹이 ‘3각 인사’를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섰다. 지주회사 핵심 인력을 대거 교체하고 이재현 회장의 장녀 경후(28)씨는 그룹 핵심 계열사로 자리를 옮기며 3세 경영의 시작을 알렸다. 또 CJ엔시티는 전문 경영인을 내세웠다. △문책성 인사 △3세 경영 확립 △전문경영인 체제 등 ‘3각 인사’로 그룹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지난 8일 이관훈(58) CJ주식회사 대표를 이채욱(67)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했다. 또 임원급이 맡는 CJ주식회사의 팀장·실장 13명 중 7명도 교체했다. 그룹 홍보실장도 동아일보 상무 출신 김상영 부사장을 새로 선임했다.
CJ그룹 측은 “이 회장 경영공백에 따른 사업 차질을 최소화하고 조기에 조직을 안정시키는 한편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문책성 성격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비(非)정기 인사에서 지주회사 핵심 인력을 대거 교체하는 것은 이례적이고, 그룹 출신이 아닌 외부 인사가 지주사 대표를 맡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경후씨는 지난달 23일 CJ오쇼핑으로 출근해 교육을 받은 뒤 이달 1일자로 CJ오쇼핑 상품개발본부 언더웨어침구팀 상품기획 담당(과장)으로 정식 발령이 났다. CJ오쇼핑은 그룹 차원에서 신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신유통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핵심 계열사다. CJ에듀케이션즈에 CJ오쇼핑으로 이동한 것과 관련, 재계는 CJ그룹이 ‘3세 경영’에 속도를 내면서 조직 안정화에 만전을 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CJ그룹은 정문목 CJ푸드빌 운영총괄을 CJ엔시티 대표로 선임했다. 정 신임 대표는 삼일회계법인, 맥쿼리를 거치고 CJ푸드빌에서 경영지원실장과 운영총괄을 역임한 경영·재무관리 전문가다. 업계는 CJ푸드빌이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CJ엔시티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컨세션 사업을 본격적으로 강화하려는 조치로 보고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컨세션 사업에 대한 밑 그림을 그리고 있는 단계”라며 “컨세션 사업이 CJ푸드월드와 CJ엔시티의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CJ는 이번 깜짝 인사와는 별도로 11월 말 정기 임원인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정기인사와 함께 또 한 번의 조직개편도 단행하면서 그룹의 재정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