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와 미국 코닝이 23일 지분 주고받기에 전격 합의하면서 재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코닝의 지분 7.4% 확보하며 최대 주주에 오르는 대신 삼성코닝정밀소재에 대한 보유지분 43% 전량을 코닝 측에 넘긴다.
결국 코닝 입장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라는 안정적인 공급처가 최대주주가 돼 경영 안정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코닝의 최대주주 자리를 차지해 스마트폰 강화유리, LCD TV 유리기판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 받을 수 있게 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코닝의 경영에서 손을 뗀 결정적인 이유는 디스플레이의 산업의 무게중심이 LCD에서 OLED로 넘어가는 최근의 흐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삼성코닝은 LCD 기판유리를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TV와 IT기기 등 디스플레이 주로 소비하는 분야에서는 차츰 LCD보다 OLED가 주목받고 있다.
박원규 삼성코닝 사장도 삼성디스플레이와 코닝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으로 LCD 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해 수요가 정체되고 판매가격이 하락하는 등 삼성코닝정밀소재가 2010년부터 역성장을 해온 것을 들었다.
실제 삼성코닝의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29.7%, 39.6% 감소했다. 결국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LCD 기판의 공급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면서도 OLED로 변화하는 중장기적 산업구조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작년에 코닝과 5대 5의 비율로 OLED 유리기판을 생산하는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도 설립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코닝 지분 정리로 약 3조7000억원을 확보했다. 코닝의 지분을 인수하는 데 2조4000억원 가량을 투입했지만, 1조3000억원 남는 장사를 한 것이다. 이 자금은 앞으로 플렉시블 OLED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사간 지분거래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 7%가 정리된다는 점이다. 삼성코닝정밀소재는 순이익의 대부분을 배당해왔다.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유일한 개인 주주였던 홍 회장은 지난 2011년 2464억원, 2012년 1300억원, 2013년 975억원의 고액 배당금을 받으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삼성과 중앙일보는 이미 지난 1996년 지분정리를 끝냈지만, 거액의 배당금 탓에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 홍 회장은 삼성디스플레이와 코닝의 지분 거래로 삼성과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