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고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이석채 KT 회장이 3일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르완다에서 열린 ‘아프리카혁신정상회의’ 참석 후 귀국한 지 약 하루 만이다.
이 회장은 이날 사의 표명을 한 후 전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퇴의 변을 알렸다.
이 회장은 해당 이메일에서 “직원들의 고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솔로몬왕 앞의 어머니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며 “후임 CEO가 결정될 때까지 남은 과제를 처리하고 후임 CEO가 새 환경에서 KT를 이끌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혹들이 해소될 수 있다면 내 연봉도 숨김없이 공개할 것”이라고 언급, 검찰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을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검찰은 최근 이 회장이 측근 임원들의 연봉을 높게 책정한 후 이중 일부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서울중앙지검은 이 회장에 대해 배임혐의 등으로 지난달 22일, 31일 두 차례 KT 사옥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2월 KT가 스마트애드몰, OIC랭귀지비주얼, 사이버MBA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 수백억원대 손해를 봤다는 이유로 이 회장을 배임혐의로 고발했다. 또 지난달엔 이 회장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며 감정가의 75%에 해당하는 금액을 받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고발장을 추가로 내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이 회장은 최근 르완다 출장에서 기자들에게 “나도 모르는 일”이라며 “지난 5년 동안 노력한 것은 KT를 투명하고 시스템이 작동하는 회사로 만드려는 것이었다”고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이 회장의 사퇴설은 올 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줄곧 제기돼왔다. 이어진 검찰 압수수색은 이 회장의 퇴진을 염두에 둔 현 정권의 마지막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사퇴를 직접 압박했고 이 회장이 이를 완강히 버티자 강수를 뽑아들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