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태·형태근·김동수 등 벌써부터 후임 하마평
KT는 이 회장이 3일 이사회에서 사의를 표하고,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KT 임직원들에게 많은 고통이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아이를 위해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결정을 내렸다”며 심경을 밝혔다.
이 회장은 또 “회사에 대해 떠오르는 여러가지 의혹들, 연봉을 포함한 상상을 초월한 억측으로부터 회사가 자유로워질 수만 있다면 급여도, 처분이 지극히 제한되는 주식으로 지급되는 장기성과급도 한치 숨김없이 공개하겠다”고 말해 자신과 연계해 떠도는 소문에 대한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이 회장의 사의 표명은 지난달 30일 아프리카 혁신정상회의가 열린 르완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세상에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며 자진 사의가 없음을 시사한 지 4일 만으로, 지난달 31일 검찰의 추가 압수수색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본인과 임원 자택에 대해 검찰이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더 이상 KT 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후임 KT CEO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후임 KT CEO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KT가 연 매출 23조원에 재계 순위 11위, 55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ICT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국내 대표 통신기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권교체기마다 낙하산인사로 후임 CEO가 낙점된 전례가 있어, 이번 이석채 회장 후임자가 누가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KT의 경우 연간 3조5000억원대의 통신인프라 투자를 할 만큼 매머드급 통신기업이기 때문에 벤처산업계에 미치는 후폭풍 역시 상당하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이기태 삼성전자 전 부회장,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김동수 전 정통부차관 등이다.
먼저 애니콜 신화를 만든 이기태 부회장은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의 전문성을 겸비한데다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변화시킨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KT CEO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 바 있어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형태근 위원은 대구경북(TK) 출신이라는 점과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대구고등학교 동기동창이란 점에서 최근 KT CEO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동수 전 차관은 이번 대선 당시 IT인들의 모임을 주선하는 등 박근혜 정부 출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최근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내부 출신 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이석채 회장의 최측근이자 사내이사인 김일영 코퍼레이트센터장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훈·최두환 전 사장, 홍원표 전 전무(현 삼성전자 사장)도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와 함께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과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경제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했던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도 후보군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KT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아프리카 사업과 내부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서는 KT 내부 인사가 CEO에 올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도 KT CEO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추측하지만, 김 후보자가 국내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낙점되도 KT CEO 자리를 수락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지금까지 KT 회장으로 거론된 경우 실제 KT CEO직에 올랐던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 때문에 의외의 인물이 KT CEO직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석채 회장이 사의를 표함에 따라 KT 이사회는 이 회장의 구체적인 퇴임일자를 정하고, 퇴임일자 기준 2주 이내에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민주당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유승희 의원은 “KT CEO는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국민기업을 살린다는 역사적 사명감으로 KT를 이끌 전문성과 리더십, 도덕성을 갖춘 인물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참여연대 측이 지난 2월 말 이석채 KT 회장을 스마트애드몰사업, OIC 랭귀지 비주얼 사업, 사이버 MBA 사업과 관련한 업무상 배임 혐의와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감정가의 75%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에 매각해 회사와 투자자에 손해를 끼쳤다며 KT 본사와 이 회장 자택 등에 대해 2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