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물론 저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기자의 기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구체적인 단어보다는 카리브 해의 뜨거운 태양과 세계적인 럼주 아바나 클럽 정도였다. 무엇보다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오지 아닌 오지라는 점도 큰 매력이었다.
쿠바 입국을 위해서는 캐나다 국적기인 에어캐나다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도착 전 기내에서 비자를 나눠준다. 타 항공사는 3만원 정도의 비자를 따로 구매해야 한다. 비자도 독특하다. 여권에 스탬프를 찍어주는 방식이 아닌 둘로 잘라지는 별도의 용지다. 이를 찢어서 한 쪽은 입국할 때, 나머지 한 쪽은 출국할 때 내야 한다. 이를 분실하면 출국 때 공항이 아닌 아바나 시내 출입국 관리소까지 가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항에서 이를 분실해 비행기를 놓치는 경우도 허다하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쿠바를 방문해도 여권상 증거는 남지 않는다. 현지인에 따르면 차후 미국을 방문할 때 쿠바를 다녀온 전력이 입국 거부의 사유가 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입국 증거를 남기고 싶다면 반드시 비자 사진을 찍어두도록 하자.
환전은 공항에서나 시내에서나 모두 가능하지만 굳이 쿠바에서는 시내까지 갈 필요는 없다. 사회주의 국가인 탓에 환율이 모두 동일하다. 다만 적대국인 미국의 화폐는 철저히 천대받는다. 이에 반해 캐나다 달러와 유로는 수수료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아바나에서 만난 한 택시 기사는 “최근에는 유로를 많이 우대해 준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회주의 국가라는 점은 입국심사장에서 곧바로 느낄 수 있다. 입국심사대에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앉아 카메라를 쳐다보라고 요구한다. 입국 목적, 의료보험 소지 유무, 직업, 현지 숙소 주소 등을 까다롭게 물어 한 사람당 10여분이 소요되는 것은 다반사다.
여기서 한 가지 팁! 미리 아바나 시내의 고급 호텔 이름을 알아두면 좋다. 여행객이 쿠바에서 돈을 많이 쓰고 가야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는 만큼 돈을 많이 버는 직업군과 고급 호텔을 이야기하면 그만큼 의심은 줄어든다는 것이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다. 실제로 기자 역시 도미니카 공화국과 파나마를 거쳐 쿠바에 재입국할 때 썼던 방법으로 정말 첫 입국 때보다 통과 시간이 빠르고 간단했다.
아바나의 호세 마르티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택시로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시내에 접어들면서 드는 생각은 ‘살아있는 박물관’이라는 느낌이다.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클래식 카들이 거리를 메우고 이륜택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스쿨버스나 국산 시내버스 등이 아바나 시내에서 그대로 운행된다.
아바나 관광의 핵심은 말레콘이다. ‘방파제’라는 뜻의 스페인 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백사장은 없다. 수킬로에 이어진 말레콘에서는 한가롭게 낚시를 즐기는 사람과 노래하는 젊은이들,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는 사람 등 한가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낮 시간은 영상 40도 이상의 무더위 때문에 제대로 걷기도 힘들다. 손에 든 아이스크림이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완전히 액체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쿠바에 대한 첫 인상은 의외로 ‘무섭다’였다. 물건을 사건, 택시를 타건 혹은 숙소를 구하건 거의 항상 험악해 보이는 인상의 쿠바인들과 피말리는(?) 흥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의 무너질 듯한 집에 살면서 허름한 옷을 걸친 채 이가 군데군데 빠진 선풍기 하나에도 행복한 미소를 짓는 그들의 삶과 따뜻한 마음을 이해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