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74점도 좀 후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화살인 ‘대담한 금융정책’으로 주가, 환율, 금리, 물가와 같은 금융지표는 개선되었지만, 설비투자나 수출과 같은 실물지표 개선은 아직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년도 일본 경제성장률이 2% 후반으로 예측되는 것은 아베노믹스의 두 번째 화살인 ‘기동적인 재정정책’이 경기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도 추경예산 10조엔 이상, 2013년도 일반예산 공공사업비 15.6% 증액, 또 최근 소비세율 인상 대책으로 5조엔 이상 재정을 투입할 예정이다. 아베노믹스는 1990년대에 실패한 재정정책을 되풀이하고 있다. 즉 아베노믹스 1년의 성과는 정부가 비교적 쉽게 실행할 수 있는 금융·재정 정책으로 금융지표 개선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일본경제가 목말라하는 소비·고용·투자·수출에는 아직 온기가 돌지 않고 있다. 앞으로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이 성공을 거두어 실물지표가 본격적으로 개선되어야 비로소 아베노믹스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전문가들 중에는 아베노믹스가 단기적 시각, 정부 주도, 코스트 무시 정책이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를 모를 리 없는 아베정권은 왜 금융·재정 정책에 매달리는 것일까? 사실 아베노믹스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엔저 유도, 수출 증가 정책이라기보다는, 2년 내에 물가를 2% 이상 상승시켜 1998년 이후 지속되어온 일본경제의 디플레이션 악순환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다. 물가가 올라야 소비·투자가 늘고, 또 부차적으로 미국과 물가 격차가 좁혀져 엔저가 되면 수출도 늘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과거 일본경제가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엔고가 지속된 것은 엔이 안전자산인 이유도 있었지만, 디플레이션 때문에 미국과의 물가 격차가 큰 것도 주요 요인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는 아베노믹스를 반드시 ‘근린궁핍화’정책이라고 비난할 일만도 아니다. “내코가 석자”인데 다른 나라 사정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것이 그동안 일본경제가 처한 입장이었다. 사실 엔저가 반드시 일본경제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자동차·철강 등 일부업종 수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전자 등은 여전히 부진하다. 그동안 물량·달러 베이스로는 수출이 늘지 않았다. 또 엔저는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연료 수입액이 증가하고, 원자재 가격도 오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코스트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가 정작 아베노믹스에 주목해야 할 점은 향후 일본경제를 판가름할 성장 전략이라 생각된다. ‘일본재흥전략’이라고 부르는 성장 전략은 일본의 산업기반 강화, 새로운 시장창조, 전략적 국제전개의 3개로 구성되어 있다. 산업기반 강화는 차치하더라도 시장창조와 국제전개 전략은 우리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창조 전략의 핵심은 “라이프 전략”과 “그린 전략”의 2가지다. 고령화 사회를 먼저 경험하고 있는 일본이 건강·안심 분야에서, 또 일본이 장기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환경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여 내수 부진·국제경쟁력 약화를 만회해 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아베정권은 에너지 분야에 올인하고 있는 듯하다. 새로운 에너지의 생성·운반·저장과 관련된 각종 첨단 소재나 기술 개발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자동차 등 각종 산업이 에너지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일본의 핵심 기반산업으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범용제품에서 한국이나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기보다는 자신들만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치중하겠다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차별화되는 전략이다. 또 국제전개 전략은 2018년까지 무역의 FTA 비율을 현재의 19%에서 70%까지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일본이 미국과 TPP를 주도하며 아태지역 무역질서를 새롭게 구축하려는 것도 이러한 국제전개 전략의 일환이다.
이제 우리가 아베노믹스를 바라보는 관점은 엔 환율에만 연연하지 말고, 향후 일본경제를 좌우할 성장전략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또 우리가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로 옮겨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