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영의 너섬만필]비정상과 정상의 경계

입력 2013-12-3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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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1년은 ‘다사다난(多事多難)’ 그 자체였다. 사실 새 정부 집권 초기 1년은 희망이 싹트는 시기여야 한다. 경제성장을 비롯해 새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와 추진력이 맞물려 상승작용해 국민 삶의 수준이 한층 높아지고, 국력이 한층 배가되는 그런 때 말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1년은 이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원칙과 신뢰’로 소통하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언은 ‘불통과 독선’으로 점철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민’과 ‘민심’에 부합하는 성과를 찾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집권 초 해외순방에 열을 올렸다. 미국과 중국(G2)을 비롯한 왕성한 순방외교를 통해 외치(外治)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듯했다. 하지만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서 보듯 대일외교는 여전히 살얼음판이고, 대북관계 역시 긴장상태의 연속이다.

문제는 정작 중요한 내치(內治)에서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정치·사회·경제현안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해결되지 않아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피로감만 쌓이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에서 비롯된 정통성 시비, 그 후유증은 여전하다.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인 가계부채는 1000조원에 육박했지만, 해법은 여전히 난망하다. 창조경제의 깃발이 곳곳에서 나부꼈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신통치 않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재벌기업 옥죄기로 산업계의 고충도 이만저만 아니다. 부동산이나 복지, 일자리 대책 등도 소리만 요란했지 아직 구체적인 결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다행은 최장 기간 파업 역사를 써 가던 철도노조 파업이 연내 타결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고 원칙적으로 대응했다. 정부의 승부수는 먹혔고, 철도노조는 파업을 접었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의 원칙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야당과 노동계는 총파업 등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어서 정부와 노조 간의 긴장은 올해도 지속할 전망이다. 당장 영리병원과 원격의료 도입 등 보건복지정책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의료계가 철도노조 파업의 바통을 이어받을 태세다. 한 조사에 따르면 의사들의 69%가 박근혜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반감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인식마저 악화시킨 결과다.

의료계는 진료거부를 포함한 파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이 오면, 정부는 이 역시 불법파업으로 규정할 공산이 크다. 박 대통령의 ‘불법에 타협 없다는 원칙’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관점의 차를 존중한다면,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모호할 수 있다. 처한 현실에 따라 시각차가 존재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래서 소통이 중요하다. 작금의 불협화음이 비정상을 정상화하고, 희망찬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비롯된 산고(産苦)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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