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25·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차기 행선지는 결국 바이에른 뮌헨으로 결정됐다. 바이에른은 지난 5일(한국시간) “다음 시즌부터 레반도프스키가 바이에른에서 향후 5시즌간 활약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시즌 이맘 때 바이에른은 도르트문트 소속이던 마리오 괴체의 영입을 발표하며 올시즌부터 팀에 합류시켰고 그로부터 1년 뒤에는 레반도프스키의 영입을 발표해 도르트문트의 핵심 전력을 빼왔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도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분데스리가에서 이름이 알려진 선수는 몇 시즌 후 바이에른 유니폼으로 갈아입는다”는 말은 이미 오래 전부터 독일에서 흔히 들을 있는 표현이다. 지난 시즌 이른바 가장 핫한 선수였던 괴체가 올시즌 바이에른으로 이적했고 그의 파트너 레반도프스키도 다음 시즌이면 바이에른에 합류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괴체는 3700만 유로(약 538억원)의 이적료가 발생했고 레반도프스키는 자유이적이라는 점 뿐이다.
분데스리가 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 유럽을 통틀어서도 바이에른의 자금력은 막강하다. 레알 마드리드, 첼시, 맨체스터 시티 등 이른바 갑부 클럽들과도 영입 경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분데스리가 클럽이다. 바이에른은 타리그보다 리그 내에서 검증된 선수를 영입하는 확고한 영입 철학을 가지고 있다. 물론 로이 마카이, 루카 토니 등 타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들을 영입하는 경우도 많다. 프랑크 리베리, 아르옌 로벤, 하비 마르티네스 등 현재 스쿼드에서도 이 같은 예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리그 내에서 검증된 선수는 바이에른의 레이더망에 반드시 포착된다는 점이다.
괴체와 레반도프스키를 비롯해 최근 약 10년간만 봐도 타팀의 핵심 주전 선수들을 영입한 예는 셀 수 없이 많다. 미하엘 발락, 루시우(이상 바이어 레버쿠젠), 토르스텐 프링스(도르트문트), 발레리앙 이스마엘, 팀 보로브스키, 클로제(이상 베르더 브레멘), 세바스티안 다이슬러(헤르타 BSC), 안드레아스 괴를리츠(1860 뮌헨), 루카스 포돌스키(1.FC 쾰른), 마누엘 노이어, 하밋 알틴톱(이상 샬케), 단테, 마르셀 얀센(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 마리오 만주키치(VfL 볼프스부르크) 등 이외에도 더 많은 예를 찾을 수 있다.
바이에른이 이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쓴 돈은 어림잡아 1억5000만 유로(약 2174억원)에 육박한다. 보로브스키나 알틴톱 혹은 레반도프스키 등 자유이적으로 영입한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적료를 지불한 선수들이다.
리그 내 라이벌 팀에서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상대팀의 전력을 흔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런 면에서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바이에른이 라이벌 팀의 핵심전력을 영입하는 것은 동업자 정신을 망각한 행위로 보일 여지도 다분하다. 하지만 다른 차원에서 보면 스타급 선수들의 타리그 진출을 막아 분데스리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순기능도 있다. 어차피 이들 중 대부분은 바이에른이 아니면 리그 내에서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는 팀이 거의 없다. 실제로 도르트문트가 제시한 재계약 조건을 거절한 레반도프스키로서는 리그 내에서 택할 수 있는 팀이 바이에른 외에는 없다. 바이에른이 이 같은 선수들을 영입함으로써 분데스리가는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급 선수들의 타리그 유출을 막을 수 있다. 또한 바이에른에 선수를 내준 팀들은 보강을 위해 또 다른 선수를 영입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셈이다. 올시즌 도르트문트만 해도 헨릭 므키타리안, 피에르-에메릭 아우바메양 등 타리그에서 영입한 선수들이 스타로 떠올랐다.
분데스리가는 챔피언스리그 티켓 수를 결정하는 지난 5년간의 랭킹에서 현재 3위를 달리고 있다. 랭킹 순위는 바이에른 한 팀이 홀로 좋은 성적을 낸다고 해서 올라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분데스리가 팀들이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에서 얻은 총 포인트를 진출팀들의 총 숫자로 나누는 만큼 대외컵 대회에 출전한 모든 팀들이 꾸준한 성적을 올려야만 순위 상승이 가능하다. 상위권 순위의 팀들은 상대적으로 변동이 적어 매 시즌 꾸준한 성적을 올려야만 순위를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분데스리가는 유로파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포인트를 쌓는다는 평도 듣는다. 하지만 중위권 팀들이 참가하는 유로파리그에서 분데스리가 팀들이 좋은 성적을 올린다는 점은 리그 자체의 기반이 탄탄함을 증명하는 만큼 오히려 긍정적인 지표다.
네덜란드나 벨기에 리그는 전세계 유망주들의 대표적인 중간 기착지다. 물론 해당 리그의 모든 팀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몇몇 팀들이 우승을 독식하며 리그 내 타팀의 기반이 약해져 전체적인 리그의 수준은 오히려 떨어진 채 한 두 팀만의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로 성장(?)했다.
물론 분데스리가 역시 이 같은 점에서는 그들과 다르지 않다. 지난 시즌까지 꼭 50시즌을 치르면서 바이에른은 총 22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나머지 28번을 서로 다른 팀들이 분할 우승한 셈이다. 하지만 여타 중소리그와 달리 분데스리가는 바이에른이 리그 내 스타급 선수들을 수용하면서 전체적인 리그의 질을 유지했다. 도전자의 입장에 놓인 팀들 역시 바이에른으로부터 챙긴 이적료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스타들을 발굴해 리그의 수준을 유지해왔다.
바이에른과 같은 공룡 클럽이 리그에 존재하는 것은 분명 장단점이 존재한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하지만 현재 분데스리가는 그 어느 리그보다 많은 관중수를 자랑하며 전체적인 리그의 수준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스타급 선수들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구단 재정의 투명성과 건전성은 타리그를 압도한다. 적어도 바이에른이 리그 내 스타급 선수들을 싹쓸이 하고 있는 상황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