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권 쥔 의원들은 ‘돈벌이’, 후보는 얼굴 알리고 선거자금도 모으고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출판기념회. 선거 출마 희망자들은 적은 자본으로 큰 홍보효과를 볼 수 있는데다 합법적으로 정치자금까지 모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출판회가 본래 목적을 벗어나 선거를 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돼버린 지 오래다.
최근 성황리에 출판회를 마친 새누리당의 한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는 22일 기자와 만나 “출판기념회는 누구나 하는 행사인데, 하지 않으면 본인만 손해 아니냐”며 “너무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출판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책을 출판하는 데 있어 기본적으로 3000부가 책정된다고 한다. 이 때 저자 부담 비용은 약 2000만원 선이다. 따라서 책 1부 가격을 1만5000원으로 잡았을 때 1400부 이상만 팔린다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게 된다. 특히 저자와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출판회 현장에서 책의 소비자가격을 훌쩍 넘긴 금액으로 책을 사가기도 하고 별도로 후원금도 내기 때문에 실제로는 투자금의 수배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들 입장에선 선거비용도 마련하고 언론보도 등으로 얼굴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만한 기회가 없는 셈이다. 다만 모든 출판행사가 돈을 긁어모으는 건 아니다. 호남 기초단체장에 출마를 준비 중인 김모씨는 출판회를 열고 손해를 봤다고 한다. 김씨는 “유명한 정치인들의 경우 사람들이 돈을 보따리로 싸들고 오니까 돈을 벌 수 있을지 몰라도 저 같은 경우에는 출판비와 행사비를 합쳐 총 3500만원을 썼는데 실제 수익은 1500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지역신문 2곳에 기사가 실렸고 어느 정도 얼굴도 알렸으니 밑진 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치권에서 이뤄진 출판회 대부분은 지방선거 출마희망자들이지만 일부 국회의원도 선거철 ‘대목’을 노리고 행사를 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들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기초단체장 또는 기초의원 공천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현역에 있는 지방정치인은 물론 출마희망자들까지 나서 ‘눈도장’을 찍기 위해 주변 지인들을 행사에 대거 동원하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부득이하게 참석할 수밖에 없는 ‘을’(乙)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겐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구지역의 한 기초의원은 “오는 22일 우리지역 국회의원이 출판회를 연다”며 “불과 몇 개월 만에 같은 책으로 다시 여는 것이라 ‘정말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눈 밖에 날 수 없으니 이번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