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랜 기간 브라질을 거쳐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실시중인 한국으로서는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고 코스타리카전을 치른 이후 항공편으로 이동해 3일만에 경기를 치르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주축이 된 한국선수들은 리그가 종료된 이후 한 달여가 흘러 실전 감각이 떨어지는 점도 약점이었다. 반면 멕시코는 현재 시즌이 한창 진행중인 상황으로 선수들의 몸상태가 상대적으로 좋았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해도 무려 4골이나 내주며 완패한 점은 아쉬움이 크다. 특히 전반 막판과 후반 막판 등 집중력이 발휘되야 할 시점에 연달아 실점한 것이 홍명보 감독이 앞으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2주 정도의 짧은 합동 훈련으로 아직 조직력이 갖춰지지 않았고 멕시코가 시즌 중인 만큼 선수들의 몸상태가 좋지 않았던 점을 패인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멕시코 역시 단일 클럽팀이 출전한 것이 아닌 대표팀이 경기에 나선 것이다. 선수 개개인의 몸상태는 올라와 있을 지 모르지만 대표팀의 조직력은 오히려 2주간 함께 호흡을 맞춘 한국이 떨어질 이유가 없는 경기다.
수비 조직력 불안은 더 큰 문제다. 유럽파들이 제외된 대표팀이지만 유럽파 중 수비 라인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중앙수비수는 홍정호가 유일하지만 그는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충분한 출장시간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풀백 윤석영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박주호 정도만이 수비수 중 꾸준히 출장기회를 얻으며 활약중이다. 코스타리카전에 이어 연속으로 골문을 지킨 김승규 역시 몇몇 장면에서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손흥민, 구자철, 이청용 등 유럽파들이 가세하면 공격적인 부분은 강화될 여지가 충분하지만 수비진은 현재 눈에 보이는 자원으로 최대한의 조직력을 끌어내야 한다.
물론 멕시코는 FIFA 랭킹 21위로 한국보다 전력상 우위에 있는 팀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에서 상대할 벨기에나 러시아 등은 멕시코에 비해 전력상 결코 낮은 수준의 팀들이 아니다. 홍명보 감독은 멕시코전 0-4 패배로 출범 이후 최다 실점 및 최다골차 패배를 당했다. 2월 2일 오전에 벌어질 미국과의 경기에서는 전체적인 경기력도 중요하지만 수비의 안정화라는 확실한 과제를 부여 받게 된 셈이다.
한국은 오는 2월 2일 이번 전지훈련 중 미국과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 뒤 전지훈련 일정을 모두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