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우, 법인세법 개정안 발의… 법안 통과시 세무조사도 면제
한국은행에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한은의 숙원과도 같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은은 국세청 세무조사도 면할 수 있게 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만우 의원은 3일 한은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법인세 부과 대상 제외법인으로 명시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 측에 따르면, 부가세 면제기관이던 한은은 1981년 정부의 공공법인에 대한 과세방침에 따라 과세 대상이 됐다. 1982~1998년엔 일반과세법인보다 최대 15% 낮은 세율을 적용 받았으며, 1999년부터 현재까지는 일반법인세율을 적용 받고 있다.
정부가 한은에 법인세를 매겨온 건 현행법상 한은의 이자 및 배당소득, 매매이익 등을 ‘사업소득’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화신용정책의 집행결과에 대해 사업소득이란 개념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며, 대출 등 한은의 사업 일체가 비영리사업이라는 점에서 과세 당위성이 없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한은은 법정적립금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정부에 세입으로 납부해, 법인세 부과는 이익금의 세입 납입 경로에만 차이가 있을 뿐 세수 규모 면에선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이 의원은 꼬집었다.
한은 내 유보되는 법정적립금의 경우 적자보전용으로 사용되나, 한은 적자에 대한 최종 보전책임은 정부에 있어 이 역시 정부 세입 납부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프랑스은행 등 과거 민간은행으로 출범했거나 일본은행처럼 현재 민간주주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독일은행, 스위스중앙은행 등 상당수 선진국에서도 중앙은행에 법인세를 과세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한은의 법인세 면세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은은 2012년 1조1360억여원에 달했던 법인세를 면제 받는 동시에 중앙정부의 세입경로 일원화로 세입 업무가 간소화되고, 법인세 납부를 위한 행정사무 인력과 비용 등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국세청 세무조사도 더 이상 받지 않게 된다. 한은은 출범 후 1998년, 2006년, 2012년 등 세 차례 세무조사를 받았으며, 그때마다 구조조정을 위한 자료 확보와 같은 다른 목적으로 실시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 반발이 있었다.
이 의원의 법안은 한은의 입장과 거의 일치한다. 한은은 2005~2006년 1조8000여억원의 대규모 적자로 법인세를 내지 못하자 2007년 적자보전 대책으로 법인세를 면제받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법인세 면제기관에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법안 내용을 두고는 반대 목소리도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부터 2007년 당시 한은의 법인세 면제기관 추진에 “한은도 수지를 개선해 이익을 내고 공기업으로서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