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군이 오랫동안 미군이 지배해온 태평양 해역의 신항로를 처음 항해하며 이 지역에서의 세력을 넓히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중국 해군 소속 군함들은 이달 초 태평양에서 인도양으로 이동하던 도중 인도네시아 자바섬과 수마트라섬 사이의 순다 해협을 처음으로 항해했다.
이후 이 군함들은 다시 인도네시아 발리 근처의 롬복 해협과 보르네오 인근 마카사르 해협을 통과해 회항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미 해군이 지배해오던 태평양 해역에서의 중국 해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른바 ‘대양해군’의 역량을 확대하려는 중국의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호주 국제정치문제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의 아시아 안보전문가 로리 메드카프는 “최근 중국 해군의 움직임은 중국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은 자기들도 국제수로를 이용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드카프는 “앞으로 5년 이내에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벗어난 해역에서 중국 해군은 일상적으로 왕성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영토분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해군이 태평양 해역으로 활동반경을 넓혀가고 있어 이들 국가들이 미국이 아시아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기를 원하도록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13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을 순방하는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순방 기간에 이 같은 메시지를 많이 들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케리 장관에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4월 아시아 지역을 순방할 예정이다.
중국 해군은 이미 1982년에 중국인민해방군 해군사령관 류화칭이 자국 해양방어선으로 제시했던 이른바 ‘제1열도선’을 넘어서는 지역에서 정기적인 군사활동을 전개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바 있다.
지난해 여름 중국 해군 함정들이 일본과 러시아 사이를 가로지르는 소야 해협을 처음으로 항해했을 때도 중국 관영 언론은 “제1열도선을 돌파한다는 중국의 오랜 꿈을 실현했다”는 표현으로 중국 정부의 의중을 드러냈다.
미국 태평양 함대를 지휘하다가 은퇴한 해군 제독 티모시 키팅은 “(중국 해군이) 인도네시아 해협을 항해한 것은 ‘대양해군’의 역량을 확대하려는 국가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