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에게는 ‘퀸’이란 말이 정말 잘 어울린다. 얼음 위를 가르는 스케이팅의 속도, 높은 점프와 안정적인 착지 등은 물론이고, 천의 얼굴이 연상되는 표정, 우아함이 느껴지는 손짓 등 빙판 위에서 그녀는 완벽하다.
지난 2010년 캐나다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전설’이 된 김연아는 21일(한국시간) 끝난 2014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했다.
보는 것만으로 피겨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김연아의 연기는 한 마디로 완벽하다. 김연아는 지난 2010년 5월,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이건 내 꿈인데 나를 위해 힘써주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갔다”고 눈물을 보인 적 있다. 그녀의 말처럼 지금의 ‘퀸’ 김연아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웃고 울었다.
김연아의 가장 큰 조력자이자 동반자는 어머니 박미희씨이다. 지금의 김연아가 있기까지는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연아의 어머니는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무서운 코치였다. 만 6세 때 어머니를 따라 과천의 아이스링크장에 간 김연아는 평생 어머니와 함께 스케이트를 탔다. 김연아는 어머니를 회상하며 “엄마와 싸우고 서운했던 적도 있지만 엄마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머니 외에도 동생의 피겨스케이팅을 위해 음대 진학을 포기한 언니 등 김연아의 가족은 단순한 가족 그 이상이다.
김연아는 세계선수권 등에서 수차례 1위를 차지하며 피겨스케이팅 최강자로 군림했지만 그녀에게 ‘여왕’이란 칭호를 완성하게 해준 것은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여기에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이 있었다. 올림픽에서 은메달만 2회 획득한 오서 코치는 김연아를 통해 꿈을 이뤘다. 오서는 자신의 꿈을 위해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김연아를 지도했다. 김연아의 금메달에 입을 맞추며 축하인사를 건넨 오서 코치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은 김연아를 웃게 했다. 김연아의 풍부한 표정연기는 데이비드 윌슨의 작품이었다. 데이비드 윌슨은 “김연아는 무표정일 때 화난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웃는 것이 내 목표였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내성적인 성격은 데이비드 윌슨을 통해 완전히 뒤바뀌며 표현력으로 승화됐다.
이 외에도 ‘부상병동’ 김연아의 곁을 수년간 지켜온 주치의 조성연 원장, 김연아의 정식적인 지도자 SBS 방상아 해설위원, 그녀의 모교 군포 수리고의 선생님과 친구들, 초등학교 김연아를 지도한 신혜숙 코치 등 김연아의 성장과정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힘을 불어 넣어주었다.
변변한 장비는 물론 제대로 된 전용 아이스링크장 하나 없는 국내에서 김연아 같은 선수가 나온 것은 기적이라고 말한다. 김연아의 시작은 누구보다 힘들었을 것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자신을 갈고 닦은 김연아는 조력자들을 만나며 ‘행복한 스케이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