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공개하라는 항목은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영업통계 등 5가지다. 여기에 도대체 어떤 영업 기밀이 들어있는지는 이통사 스스로도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 항목들이 공개되면, 이용자들이 모르던 중대한 기밀 하나가 드러나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통신사가 이용자를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가구당 평균 가계소득 중에서 통신요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8%에 달한다. 월 평균 가계소득이 약 416만원임을 고려하면 매달 33만원을 꼬박꼬박 내는 셈이다. 통신요금으로는 자살률과 함께 OECD 국가 중 1위다.
정부는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국가공공기반시설에 준한다며 정부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을 뿐, 소비자들의 고통에는 눈을 돌리고 있다.
여론이 악화되자 이통사들은 다른 업계까지 잡아끌어 방패막이를 하고 있다. 원가자료를 공개하면 전 산업에 대한 원가공개 요구가 잇따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명확했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통신 서비스는 다른 산업과 달리 공공성을 강하게 띠고 있어 기업의 이익보다 국민의 알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700MHz 주파수를 두고 지상파와 이통사가 서로 쓰겠다며 대립한 적이 있다. 당시 이통사는 “통신서비스는 국가 기반시설이자 국민을 위한 공공 서비스인 만큼 통신용으로 쓰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필요할 때는 국민을 찾고, 불리할 때는 등을 돌리는 이율배반적인 행태가 부끄럽지도 않는지 자문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