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주요 산업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한국이 '넛크래커'(Nutcracker)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넛크래커는 호두 까는 도구로, 선진국에는 기술과 품질 경쟁에서 밀리고 후발 개발도상국에는 가격 경쟁에서 뒤처지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이 17일 발표한 '2013년 주요국별 산업기술 수준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의 기술 수준을 100으로 했을 때 한국은 83.9를 기록했다. 일본(94.9)과 유럽(94.8)에는 떨어진 반면 중국(71.4)에는 앞선 상황이다.
KEIT는 28개 산업기술 연구·개발(R&D) 분야의 592개 세부 기술에 대해 산업계와 학계, 연구기관 전문가, 재미 한인 공학인 등 5034명을 설문조사해 이들 국가의 산업기술 수준을 진단했다.
미국은 바이오·의료기기·로봇·이동통신 등 18개 분야에서, 일본은 재료·소재 등 6개 분야에서 최고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은 자동차·조선 등 4개 분야에서 1등 기술을 보유했지만 한국은 하나도 없었다.
한국의 기술 수준은 디스플레이·디지털TV·이동통신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높지만 바이오·의료기기·나노 등 신산업 분야에서는 낮았다. 세부기술 가운데 한국은 메모리소자, 액정표시장치(LCD) 모듈,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20개는 최고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주요 산업기술에서 중국이 빠른 속도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중국은 디스플레이 기술에서 한국과의 격차를 2011년 26.9(기준치 100)에서 2013년 19.3으로 줄였다. 반도체는 17.3에서 13.1로, IT융합은 14.9에서 11.7로 축소했다. 이에 따라 KEIT는 한국이 기술분야에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크게 좁히지 못하고 중국에는 쫓기는 '넛크래커' 위기가 오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