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지난 2013년 봄 구례에서 본 선배는 성공한 농부의 모습이었다. 귀농·귀촌 박람회를 찾아다니며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서울 근교에서 작은 규모로 운영했던 주말농장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며 환한 웃음을 건넸다. 도시를 떠나기 꺼리는 가족들과 따로 생활하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해 보였다.
지난해 도시를 벗어나 농어촌으로 향한 귀농·귀촌 인구가 5만6267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자료가 최근 발표됐다. 베이비 부머(1955~1963년생)의 은퇴가 크게 늘어난 데다 농촌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이 공동으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한 가구는 총 3만2424가구로 전년보다 20%가량 증가했다. 2001년 880가구이던 귀농·귀촌 가구는 2010년 4067가구, 2011년 1만503가구, 2012년 2만7008가구로 매년 증가 추세다.
주목할 점은 40대 이하 젊은층도 농어촌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40대 이하 귀농·귀촌 가구는 2010년 1841가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만2318가구로 4년 동안 7배 정도나 늘었다.
물론 눈에 보이는 수치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반쪽 농업인’, ‘나홀로 귀농’, ‘도시 U턴 귀농인’ 등 문제도 산적해 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농어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귀농·귀촌 정책을 추진한다니 긍정적으로 봐도 될 듯하다.
이쯤에서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주거와 생계를 같이하는 사람의 집단을 세는 단위’로 세대와 가구 중 어느 것이 맞을까? 일상생활에서 ‘세대주’, ‘다세대주택’ 등의 용어가 흔히 사용되므로 ‘세대’라고 답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세대’(世帶·せたい)는 일제강점기의 행정용어로 버려야 할 일제 잔재다. 반면 ‘가구’는 ‘집 가(家)’와 ‘입 구(口)’가 합쳐진 단어로 ‘집의 입’, 즉 ‘가족 수’를 뜻하다 의미가 확대된 우리말이다. 국립국어원이 입장(→처지), 구좌(→계좌) 등과 더불어 ‘세대’를 ‘가구’, ‘집’으로 순화해 적을 것을 권고해 왔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정부 온라인 민원포털 창구인 ‘민원24’에도 세대원, 세대주, 전입세대 등의 용어가 버젓이 사용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부가 국어기본법을 제정하고 한글날을 국경일로 정한 것은 국어 사랑의 기초를 다지겠다는 의도다. 그렇다면 정부 운영 홈페이지만큼은 올바른 우리말로만 이뤄져야 한다.
언론의 책임도 크다. 아파트 분양 등 부동산 관련 기사에서 ‘가구’가 아닌 ‘세대’로 표기하는 매체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매체는 ‘가구(세대)’로 나란히 적는 등 쓸데없는 친절(?)로 독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정부·지자체가 운영하는 홈페이지는 물론 각종 행정 문서, 미디어 등에서 ‘세대’는 하루빨리 ‘가구’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 세대는 ‘어린아이가 성장하여 부모 일을 계승할 때까지의 30년 정도 되는 기간’, ‘같은 시대에 살면서 공동의 의식을 가지는 비슷한 연령층의 사람’이란 의미로만 사용돼야 할 것이다.